[아시아경제 ]얼마 전만 해도 올해만 잘 견디면 내년부터는 경기가 살아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만 빼고는 누구도 그렇게 장담하지 못한다. 경제예측을 하는 국내외 기관들이 최근 내놓은 전망도 성장률 하향과 침체기간 장기화 일색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올리비에 블랑샤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적어도 위기가 시작된 시점으로부터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 경제위기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에서 시작됐다고 보면 지금부터 6년 뒤인 2018년까지는 세계경제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성장을 되살릴 불씨를 찾을 수 없어서다. 유럽이 재정위기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도 재정난에 빠져있다. 중국은 다행히 경착륙은 면할 것 같지만 장기간 성장둔화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주요 20개국(G20) 중 무역의존도가 가장 높은 우리나라는 세계경제 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 3일 새로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2.7%로, 내년도 전망치도 4.0%에서 3.4%로 확 낮췄다.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도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어제 발표한 일반국민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중 다수는 이미 불황의 장기화를 예견하고 있다. 현 불황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을 물어보았더니 '올해 또는 내년'이라는 응답은 21%에 그치고 '2014년 이후'라는 응답이 48%에 이르렀다. 특히 32%는 '2015년 이후'에나 불황이 끝나리라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많은 국민이 이런 예상에 따라 이미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보험까지 해약하는 등 내핍생활에 돌입했다. 정부만 여전히 낙관 무드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중기 성장률 전망을 보면 올해와 내년 4%, 후년 4.3%, 2015~2016년 4.5%로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불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 정확한 예측에 자신이 없다면 하다못해 2개 이상의 시나리오식 전망이라도 좋으니 보다 현실성 있는 추정을 내놓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