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일 통화스와프 연장 논란

일본 정부가 이달 말 시한이 종료되는 '한ㆍ일 통화스와프 확대 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 담당자가 최근 자민당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현 시점에서 한국으로부터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며 "요청이 없다면" 그렇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런 일본 정부의 태도는 독도 문제로 불거진 한ㆍ일 간 외교갈등을 경제 분야로도 번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대로 통화스와프 확대 조치가 중단된다면 현재 700억달러인 한ㆍ일 통화스와프 총액 중 지난해 10월 추가된 570억달러가 취소되어 130억달러만 남게 된다. 한ㆍ일 통화스와프는 국제 경제위기 와중에 보유외환이 부족해질 경우에 대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지만, 동아시아 역내 통화ㆍ금융 협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한ㆍ일 양국은 물론 중국까지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의 공동번영을 위해 확대ㆍ발전시켜야 할 경제협력의 틀이 오히려 망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다수 한국인들은 불쑥 통화스화프 문제를 꺼낸 일본의 태도를 '먼저 굽히고 들어오라'는 뜻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이로 인해 상호간 민족감정이 경제 분야에까지 넓게 침윤하게 된다면 비단 통화스와프만이 아니라 정책과 산업 측면의 경제협력마저 다각도로 위축될 수 있다. 일본 정부도 자국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경제대국 일본이 국내 정치적 고려에 몰입된 태도를 취해서는 협량하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한국 정부가 잘한 것도 없다. 한ㆍ일 통화스와프 확대 조치는 한국 정부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는 일본 정부의 설명은 맞다. 그러니 한국이 먼저 통화스와프를 연장할 것인지, 종료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게 순서다. 지금까지 나온 정부의 반응은 '외환보유액 규모를 감안할 때 연장되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으나, 지역 내 금융협력 강화라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일본의 고자세만을 탓할 게 아니다. 시한 종료를 불과 한 달 정도 앞둔 지금까지도 연장 여부와 연장할 경우 개선방안을 결정하지 못한 한국 정부의 나태함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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