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측(금태섭) vs 朴측(정준길) 한방과 헛방의 치킨게임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6일 봇물을 이루고 있는 자신에 대한 검증공세에 맞대응에 나섰다. 대리인격인 최측근 금태섭 변호사를 통해서다. 공식 맞대응의 첫 타자는 지지율 1위의 대선주자이자 안 원장과 지지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다. 금 변호사가 앞장서 동창이자 친구지간인 정준길 공보위원과의 소위 불출마 종용과 협박과 관련된 전화통화를 공개하며 박 후보를 정조준한 것이다. 금 변호사는 이날 오후 3시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 공보위원이 ▲안랩(구 안철수연구소) 설립 초창기인 1999년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는데 그와 관련해 투자팀장인 강모씨에게 주식 뇌물을 공여했다 ▲안철수 원장이 목동에 거주하는 음대 출신의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고 있었다는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하고 안 원장의 대선불출마를 종용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준길 공보위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친구 사이의 대화를 협박으로 과장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일개 공보위원에 불과한 제가 안 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하거나 협박할 지위에 있지도 않다"며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훌륭한 대통령이 임명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중에서 들은 몇 가지 얘기를 했는데 마치 뒤에 비호세력이나 조직이 있고 정치사찰을 한 것처럼 과대포장한 것은 상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을 과장하고, 있지 않은 부분까지 얘기하는 것이 과연 안 원장이바라는 정치인지, 또 금 변호사의 기자회견을 안 원장이 승락하고 동의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덧붙였다.양측의 전화통화는 팩트(fact)다. 금 변호사가 정 공보위원의 진의와 관계없이 통화내용을 협박이라고 느꼈다면 협박의 요건이 성립된다. 또한 안 원장을 둘러싼 두 가지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허위사실을 이용한 협박과 안 원장이라는 공인에 대한 음해가 된다. 정 공보위원이 공보단에서 실제 이런 안 원장에 대한 의혹에 대해 논의했다면 박 후보에게는 치명타가 된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정준길 공보위원 모두 "정준길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행위이고 당이나 공보단, 대선기획단 차원에서 이런 안건이 논의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반대로 새누리당의 바람대로 안 원장에 대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판세는 또 다시 달라진다. '안철수협박' 논란이 제기된 직후 본회의장에 앉아있던 황우여 대표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당 관계자가 보낸 "'안철수 관련 "협박"이 이슈가 되지 않도록 해야하고, 사실관계가 이슈가 되도록 해야함'이라는 메시지를 읽은 것이 공개됐다. 사실관계를 이슈화 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에 대해서는 진짜 팩트를 확보한 것인지, 단순히 여론의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는 것인지 등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세간의 관심은 뇌물보다는 여자관계로 모인다. 이에 대해 안 원장측은 "터무니없고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안철수협박'의 진실에 드러나게 되면 안철수측이나 박근혜측 한쪽은 한방 혹은 대박을, 다른 쪽은 헛방 혹은 쪽박이 된다. 그러나 안철수-박근혜 두 대선주자간의 향후 본격적인 네거티브싸움의 시초로서 이 사안의 진위여부가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금태섭-정준길간의 진실게임도 관전포인트다. 정 공보위원은 지난 4일 오전 7시 57분께 금 변호사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아무리 친구지간이라도 굳이 아침 출근길, 그것도 운전중에 전화를 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더구나 안 원장을 둘러싼, 지금까지 드러난 네거티브가 아닌 잘 알려지지 않은 뇌물, 여자관계라는 중대한 이슈는 직접 만나 얘기할만한 사안이다. 시간과 장소,대화내용이 통상의 수준을 벗어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한편으로는 금 변호사가 왜 6일 오후 3시에 긴급 기자회견을 하면서까지 이 통화내용을 공개했는가다. 협박이라고 느꼈다면 녹음을 왜 하지 않았는가도 궁금한 점이다. 요즘 휴대전화는 통화중 버튼 하나로 통화내용을 음성녹음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날을 전후해 안 원장에 대한 재개발 딱지의혹, 포스코 사외이사시절 스톡옵션 행사 등에 대한 비판적 보도가 줄을 이었다. 금 변호사가 안 원장에 정준길 공보위원의 의혹에 대해 재차,삼차 확인을 거쳐 기자회견을 했다는 것은 안 원장도 기자회견을 승인 혹은 묵인했다는 반증이다. 안 원장이 본격적으로 대선출마를 준비하고 향후 이어질 네거티브를 사전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결과가 어찌됐건 물밑에서 이뤄졌던 박근혜-안철수 두 유력 대선주자간의 신경전이 물밖으로 나오게 됐고 금태섭 변호사와 정준길 공보위원간의 사적 관계도 이번을 계기로 깨질 것으로 보인다. 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