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기숙사 8800명 대이동...원룸의 비명

올해만 7개 대학 기숙사 건립안 승인, 내년말까지 4200여실 건립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시내 대학교 기숙사가 늘고 있다. 내년말까지 건립 예정인 기숙사만 4200여실로 총 8800여명이 혜택을 받게된다. 대학생들의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물론 중앙정부마저 각종 지원대책을 내놓는 상황에서 대학가 월세시장이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들어 학교내 기숙사 건립에 대한 승인을 받아낸 곳은 동국대, 서경대, 성균관대, 세종대, 장로회신학대, 홍익대, 한양대 등 총 7곳에 달한다. 건립 규모로는 총 1492실로 입실 가능한 인원만 3110명이다. 건립안에 대한 심의를 받고 있거나 제출을 준비 중인 곳도 4곳이다. 고려대, 광운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으로 이들이 계획 중인 2764실이 올해안에 승인을 받아낼 경우 내년말까지 총 4256실이 건립된다.이는 지난 6월 건축규제 완화를 통해 2014년까지 1만2000여명의 대학생을 수용할 기숙사를 짓겠다고 발표한 서울시 계획물량의 73%규모다. 다른 대학들도 기숙사 건립이나 증축에 긍정적인데다 관련 규제마저 완화되고 있어 목표치 달성은 무난해보인다.

2012년 학교내 기숙사 건립에 대해 서울시 승인을 받은 대학교 / 서울시

◇문턱 낮아진 기숙사 건립= 서울시가 기숙사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 내놓은 규제완화책은 ‘층수완화’다. 대학내 건축물의 경우 자연녹지지역과 제1종 일반주거지역은 10층 이하,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15층 또는 18층 이하로 제한했지만 앞으로 2종 일반주거지역에 건축하는 기숙사에는 층수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게 핵심이다.

기숙사 건축계획에 대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를 받아낸 세종대학교 기숙사 조감도 / 서울시<br />

높이 완화 배제구역 대상을 축소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연경관지구, 공원 및 주택가 인접대지 경계선으로부터 10m 이내에는 높이완화 배제구역을 설정, 건축물 높이를 제한했지만 높이완화 배제구역을 저층 주택가(5층 미만) 인접지로만 한정하기로 했다. 도시관리계획 결정절차도 대폭 완화하는 등 행정지원도 진행 중이다. 기존에는 대학이 학교부지 매입을 100% 완료해야 도시계획시설 변경결정 절차를 진행해 기숙사를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국공유지를 제외한 학교부지 편입 토지면적의 80% 이상을 확보하고 토지소유자 절반 이상의 동의만 갖춰지면 도시계획 변경결정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중앙정부도 거들고 나섰다. 학교내 기숙사가 아닌 여러 대학 학생들이 같이 생활할 수 있는 ‘연합기숙사’다. 정부가 국공유지를 무상으로 빌려주고 사학진흥재단,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공성을 띤 기관이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기숙사 건설과 운영을 맡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1인당 기숙사비를 월 19만원 수준으로 낮추고 연평균 인상률도 2% 이내로 묶을 수 있다는게 정부의 설명이다.◇월세시장 조정될까= 반면 대학가 월세시장은 각 대학과 서울시 및 중앙정부의 기숙사 건립안 발표로 민감해졌다. 최근 몇년새 우후죽순 늘어난 원룸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기숙사 건립이 이어질 경우 추가적인 임대수익율 하락이 예상돼서다.실제 대학생 수요를 기반에 둔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2009년 이후 현재까지 서울에서만 2만7956가구가 공급됐고 인·허가를 얻어 2014년까지 완공될 예정인 물량도 1만5441가구에 달한다. 반면 수익률은 2009년 평균 7~8%에서 올해는 4%에도 미치지 못한 곳이 늘고 있다.원인은 늘어나는 공급량에 비해 임대료가 줄지 않는다는데 있다.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으로 임대료가 줄어야하는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집주인들이 너도나도 임대료를 높인 결과다. 보증금 3000만~4000만원에 월세 20만~30만원을 받던 곳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까지 치솟았다는게 종암동 일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하지만 각 대학들의 기숙사 건립과 증축이 이어질 경우 대학가 월세시장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기숙사로 이동하는 인원이 늘면 그만큼 수요층이 앏아져서다. 정부의 연합기숙사 건립 후보지로 꼽히는 홍제동 일대 J공인 대표는 “공급량이 많지 않아 대학생 주거난을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인근 월세시장의 임대료가 조정되는데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고 언급했다.서울시 관계자 역시 “지방출신 서울 대학생 14만명 중 기숙사에 거주하는 인원은 3만여명에 불과해 이번 공급량이 기숙사 선호 학생들을 모두 해갈할 수는 없지만 대학생들의 방 구하기 전쟁이 매학기 반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각종 규제완화를 통해 공급을 꾸준히 늘릴 것”이라며 “정부나 서울시의 이같은 움직임이 대학가 월세값 인하에 자극을 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배경환 기자 khba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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