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열대야와 올림픽 경기 시청으로 야간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주택가 곳곳에서 정전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에어컨 등 가전제품 사용이 늘면서 전기설비가 과부하를 견디지 못한 탓이다. 5일 밤 10시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A아파트. 30분 넘게 동안 정전이 이어지면서 찜통더위 속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장성민(가명)씨는 "에어컨, 선풍기 등 모든 냉방기 가동이 안되고 있다"며 "도저히 더워서 집에 있을 수가 없어 밖으로 나왔다"고 불평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B아파트 500여 세대도 정전으로 고통을 겪었다. 한 주민은 "열대야 때문에 견디기가 힘들어 자동차에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서울 송파구의 C아파트 2000여세대와 노원구 하계동 1800여세대도 정전으로 주민들이 밤중에 고충을 겪었다. 정전에 문제가 된 건 더위와의 싸움뿐만이 아니었다. TV, 컴퓨터 등 가전제품 사용이 중단되면서 올림픽 경기를 볼 수 없게 된 사람들의 볼멘소리도 터져나왔다. 서울 봉천구 신림동에 거주하는 박영민(가명)씨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유도 결승 경기를 한창 보고 있는데 TV가 꺼졌다"며 "부랴부랴 휴대폰 DMB를 꺼내봤는데 중요한 순간을 놓치고 말았다"고 아쉬워했다. 올 여름 열대야와 런던올림픽 중계가 맞물리면서 야간 전력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있다. 특히 지난 주말에는 야간 시간대에 전력수요가 집중되면서 주중 낮 시간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력예비율이 낮아졌다. 지난 4일과 5일 전력예비율이 가장 낮은 시간대는 오후 8시로 각각 11%와 10%를 기록했다. 비상단계인 7%에 근접하는 수치다. 서울은 지난달 27일부터 9일 연속 야간 최저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열대야 일수를 기록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장 기간이다. 종전 기록은 지난 2004년 8월 6일부터 13일까지 7일간이었다. 여기에 밤사이 열리는 런던올림픽도 야간 전력수요를 늘리는데 한몫 거들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아직 전기 공급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지만, 주택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는 전기사용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전기설비가 이를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지선호 기자 likemo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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