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한여름에 갑자기 금융소비자가 듣기에 좋은 구호들을 내걸고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8일 경기도 일산의 킨텍스에서 이순우 행장을 비롯한 1600여명의 임직원이 모여 '참금융 실천 결의대회'를 열었다. 국민은행은 이달 1일 민병덕 행장을 비롯한 임직원 1200여명이 천안연수원에 모여 '고객 중심의 정도경영 실천 선언식'을 열었다. 신한은행도 오는 7일 1000명 이상의 임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사회책임경영 실천 다짐대회'를 열기로 했다고 한다. 여름휴가가 절정인 7월 말~8월 초에 은행들이 약속이나 한 듯 많은 임직원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결의대회를 여는 모습은 진풍경이 아닐 수 없다. 그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지난달 중순 이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 학력차별 대출 논란, 대출서류 조작 혐의 등이 잇달아 불거져 은행들이 지탄의 대상이 되면서 궁지에 몰렸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금융당국이 결의대회를 열도록 종용했는지도 모른다. 은행들의 탐욕적 영업행태가 잇달아 새로이 드러나면서 금융당국도 덩달아 감독 부실의 책임을 추궁당하게 됐기 때문이다. 경위야 어떻든 이번에 은행들이 대회를 열어 '결의'하거나 '선언'하거나 '다짐'하는 내용은 다 좋은 것들이다. 우리은행은 고객에게 부당한 금리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대환대출 금리를 대폭 낮추기로 했다. 대출서류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국민은행은 소비자 보호 업무 담당 부서를 확대 개편하여 고객이 불만을 품을 만한 요인에 보다 적극적으로 미리미리 대처하기로 했다. 학력차별 대출 논란을 빚은 신한은행 역시 서민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업무와 영업 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모두가 진작에 당연히 했어야 할 일들이다. 그러나 최근의 이런저런 사건으로 땅에 떨어진 은행들의 신뢰도를 생각하면 과연 그러한 정도로 고객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은행들이 잇달아 열고 있는 대회를 이미지 개선을 위한 홍보용 행사로 본다면 굳이 흠잡을 것이 없지만 고객을 향해 자성과 쇄신을 약속하는 의식으로 본다면 진정을 느끼기 어렵다. 고객은 말이 아닌 실천을 본 뒤에야 은행권 전체와 개별 은행에 대한 평가를 수정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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