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석윤기자
박나영기자
▲ 1970년대 초 산업단지 조성 초창기 때 지어졌다는 한 생산공장. '더욱 좋게 더욱 싸게 제 때에'라는 문구가 당시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7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는 한 대형공장은 외관부터 허름했다. 벽면은 갈라지고 페인트는 벗겨져 볼품 없는 모습이었다. 산업단지 조성 당시 지어졌다는 이 공장의 외벽에는 '더욱 좋게 더욱 싸게 제 때에'라는 문구가 써 있었다. 내부 환경도 열악하긴 마찬가지였다. 통풍이 잘 되지 않아 천장 구석에 습기가 차 곰팡이 핀 흔적이 많았다. 요즘 같은 장마철이면 그 정도가 심해져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도였다.근로자들이 샤워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단지 화장실과 함께 사용하면서 등목 정도를 할 수 있는 비좁은 시설이 전부였다. 이 공장에서 일한다는 한 근로자는 "이 건물이 박정희 대통령 시절 때 지어졌으니까 한 40년 됐을 거다"며 "우리 같은 사람이야 열악해도 익숙해 져서 괜찮지만 젊은사람들은 여기서 일 못한다"며 땀을 훔쳤다. 인근의 한 전기·전자 제조업체 공장 내부는 마치 찜통을 옮겨 놓은 듯 열기로 후끈했다. 에어컨은 찾아볼 수 없었고 업무 중이던 2명의 근로자 옆으로 조그마한 선풍기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더운 날씨로 인해 시원한 바람 보다는 따뜻한 바람을 내뿜었다. 사무용품을 생산하는 업체 분위기도 비슷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회사) 형편도 어려운데 에어컨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며 "너무 더우니까 일하는 내내 (선풍기를) 틀어 놓긴 하는데 별로 시원한지 모르고 일한다"고 말했다. 단지 내 실상이 이런대도 입주업체들은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생산시설 개선과 안전시스템 구축에 엄두를 못 내는 실정이다.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절차가 까다롭다는 이유에서다. 건물주 입장에선 시설 정비를 꺼리고, 입주한 임대인들 역시 가뜩이나 생산비 절감에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는 터라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단지 내 공장들의 증축과 신축, 임의의 리모델링을 제한해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김창식 온수 산업단지관리공단 부장은 "30~40년씩 된 시설들 치고 괜찮은 편이지만 여전히 공장 내부에 좁고 협소한 곳이 많다"며 "업무환경과 생산시설 개선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구로구는 증축에 대해서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심의를 통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온수 산업단지는 지난 2008년 6월 지구단위 계획이 수립되면서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상태. 이에 따라 내부 보수나 시설 정비는 별도의 허가 없이 추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300㎡ 이하의 범위에서만 심의를 통한 증축이 가능하고 신축은 전면 금지돼 있다.이에 대해 구로구 도시계획과 김태 주무관은 "특별계획구역 지정을 통해 토지의 시설 계획이나 용도 계획 등의 규정을 정해 둔 상태"라며 "신축의 경우 향후 계획적 관리 차원에서 다른 조합원들에게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제한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 와서는 이런 여건을 버티고 못하고 공장을 이전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임대료 지출을 줄여 생산비 절감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2008년 160개가 넘던 업체 수는 현재 140개 정도로 줄어들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박나영 기자 bohena@<ⓒ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