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엇이 '경제민주화' 논란 불러왔나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여ㆍ야 가릴 것 없이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를 다음 정권의 주요 경제 정책과제로 떠올린다. 경제민주화로 포장한 법안도 쏟아진다. 학계에서도 개념과 목표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그런 와중에 최근 새누리당 내 경제통을 자처하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과 이한구 원내대표가 맞붙어 논란을 한층 달궜다.  불을 당긴 것은 김 전 위원이다. 그는 엊그제 이 원내대표를 지목해 "재벌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가 뭔지 알아듣는 사람도 없다"고 받아쳤다. 두 사람은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헌법 제119조 2항의 해석을 놓고도 엇갈린 시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논란이 두 사람의 다툼으로 돌출한 것은 아니다. 이름을 무엇으로 붙이든 '새로운 경제시스템'에 대한 시대적 요청과 이를 둘러싼 일련의 움직임은 이전부터 진행돼 왔다. 직접적 계기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다. 이후 자본주의 위기론, 거대자본의 탐욕과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반성이 제기됐고 정부기능의 강화, 경제력 남용 방지, 양극화 해소 등이 강조됐다. 최근 국내의 무상보육 확대,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형마트 영업제한 등의 조치도 그런 배경을 깔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공격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개념이 뭐냐고 묻는다. 아직은 정체가 불명확하다. 경제용어라기 보다 정치적 냄새가 짙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경제민주화'로 상징되는 경제시스템의 개혁에 국민적 지지가 높다는 점이다. 최근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10명 중 8명이 경제민주화에 찬성했다. 개념이 모호한 추상적 단어임에도 경제민주화에 다수가 공감하는 이유는 뭔가. 과도한 경제력 집중과 경쟁의 불공정성이라는 뒤틀린 경제현실이 배경이다. 깊어진 양극화, 중산층 몰락, 활력 잃은 경제에 숨통을 열어 줄 혁신을 국민은 기대한다. 다만 기업들이 걱정하듯 적대적 기업때리기나 규제의 전봇대를 양산하는 빌미로 작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소모적 정쟁이 아니라면 논쟁은 치열할수록 좋다. 불붙은 논쟁이 경제민주화의 초점을 분명히 하면서 경제체력을 튼튼히 하고 시장의 활로를 찾는 기능을 하기 바란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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