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맥주회사 사장의 '고졸 성공신화'

장인수(57) 신임 오비맥주 사장의 '고졸 성공 신화'가 화제다. 서울 대경상고(현 대경정보산업고)를 졸업하고 1976년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7~2009년 하이트주조와 하이트주정의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그 뒤 오비맥주 부사장을 거쳐 엊그제 오비맥주의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이번에 세 번째로 최고경영자가 된 장 사장이 앞의 두 번과 달리 업계와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30년가량 다니던 하이트진로(옛 진로)를 떠나 오비맥주로 직장을 옮긴 2010년부터 2년여 동안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일하면서 오비맥주의 매출을 급신장시켰다. 그의 탁월한 영업 리더십 덕분에 오비맥주가 지난해 15년 만에 경쟁사인 하이트진로를 제치고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 주류업계의 중평이다. 오비맥주의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KKR(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가 그를 새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하기로 결정한 것도 바로 이 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장 사장은 고졸이 아니라 대졸이었다고 해도 관심의 초점이 될 만한 경영자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벗지 못한 학벌주의 문화라는 딱딱한 껍데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장 사장의 고졸 학력이 조명을 받게 된 것이다. 물론 그동안에는 우리나라에서 고졸 학력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대기업의 임원이나 사장이 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학력 차별과 학벌 연고의 뿌리가 그만큼 깊기 때문이었다. 장 사장도 고졸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졸 이상 고학력자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더 긴장하고 더 노력하면서 달려왔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 사회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은 대학 진학률이 오랜 기간 계속된 결과 학력 거품이 심해져 실력이 고졸보다 못한 대졸이 수두룩하다. 이제는 대졸 학력만 내세워서는 성공은커녕 먹고살기도 힘들다. '학력보다 실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에는 대기업도 고졸 구직자에게 취업 기회를 더 많이 주려고 노력한다. 산업계의 고졸 고용 확대를 유도하는 정부 정책도 앞으로 더 강화되면 강화되었지 약화되는 방향으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제2, 제3의 장 사장이 쏟아져 나와 '고졸 성공'을 신화에서 현실로 끌어내릴 것이 분명하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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