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사진 이코노믹리뷰박지현기자]
비메모리반도체(시스템반도체) 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 동안 국내에서는 메모리반도체의 활약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동부증권이 2011년 제시한 세계 반도체 시장전망에 따르면 D램과 플래시메모리와 같은 메모리반도체 시장과 비교했을때 비메모리반도체의 시장 규모는 4배에 이르며, 격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제이티는 반도체 검사 장비 기업으로 그 동안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입지를 다졌다. 이제는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으로 눈을 돌린 상태다. “반도체 전(前)공정을 거친 칩(Chip)들이 양품인지 불량품인지 초고속으로 가려내는 장비입니다. 모든 칩은 반드시 검사를 거쳐 출하됩니다. 합격품을 팔아야 되니까요. 제이티는 반도체칩의 합격 여부를 인증하는 기업입니다.” 천안시 서북구에 위치한 제이티 본사에서 소형 자동차만한 검사 장비를 가리키며 유홍준 대표가 말했다. 장비는 그야말로 복잡하게 생겼다. 크고 작은 금속 부품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고 그 위로는 수만 개의 회로가 얼기설기 짜여 있다.LSI(대규모 직접회로) 테스트 핸들러. 비메모리반도체 전용 검사 장비로, 2008년 제이티가 국내 최초로 개발, 상용화했다.
장비의 표면에는 컴퓨터 모니터만한 화면이 동작을 알리는 숫자를 띄우고 있다. 장비는 복잡한 외관 만큼이나 공이 많이 들어간다. 제품 하나를 조립하는 데만 꼬박 보름이 걸린다. 작동 원리를 모두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이 장비가 출하 직전의 반도체칩을 분류한단다. 마치 ‘매의 눈’과 같은 이 검사 장비를 통과하면 반도체칩은 빛을 보게 되든지, 폐기장으로 갈 것인지 운명이 엇갈린다. “단순히 칩을 분류하는데 그치는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를 하는가 예요. 제이티의 검사장비는 속도 면이나 정확도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죠. 특히 고속 처리 방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반도체 제조 공정은 크게 전(前)공정과 후(後)공정으로 나뉜다. 우선 전공정에는 반도체 원자재인 ‘웨이퍼’에 회로를 만드는 팹(Fab)공정과, 마무리 공정인 엔드팹(End Fab)공정이 있다. 후공정 단계에는 만들어진 웨이퍼의 칩을 하나씩 단품화 하는 어셈블리(Assembly)와 개별화된 칩을 검사하는 어셈블리 테스트(Assembly test)가 있다. 제이티의 장비들은 이 어셈블리테스트 공정에 쓰인다. “웨이퍼는 수 만개의 칩이 되는 기판이에요. 어셈블리 단계에서는 이를 하나씩 떼어내요. 즉, ‘칩화’하는 거죠. 그렇게 개별화된 칩이 잘 작동하는지 보는 게 어셈블리 테스트 단계에서 이뤄집니다. ‘신뢰성테스트’인 셈이죠.” 테스트에는 모두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고온에서도 잘 견디는지 파악하는 ‘열검사’와 외관 불량에 관한 ‘외관검사’, 그리고 전기적 기능을 잘 수행하는지 파악하는 ‘전기적 특성 검사’가 바로 그것이다. 유 대표는 “반도체 공정에서 이 세 가지 과정은 필수인데, 각각의 과정에서 제이티의 제품이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량다품종 非메모리 검사장비 엄청난 잠재력 검사 대상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 비메모리로 구분된다. 메모리반도체는 말 그대로 정보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반도체다. 흔히 알고 있는 ‘램(RAM)’과 ‘롬(ROM)’ 등이 그 예다. 반면 비메모리반도체는 연산, 논리 작업 등과 같은 ‘정보처리’를 목적으로 하는데, 컴퓨터주기억장치(CPU) 등이 여기에 속한다.유홍준 제이티 대표는 제품보다 중요한 것은 제품에 숨어있는 기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검사장비 사이로 보이는 유 대표의 모습(왼쪽). LSI테스트 핸들러는 일일이 부품을 조립해 만드는 ‘수공예품’으로 완성되기까지는 꼬박 보름이 걸린다. 사진은 직원들이 핸들러를 조립하는 모습(오른쪽).
“제이티를 운영한 이래 꾸준히 반도체 부문 일류기업들을 고객사로 삼고 있습니다. 저희 기술력에 대한 방증인 거죠. 안정적으로 장비를 공급했기 때문에 대기업과의 상생이 가능했던 것 아니겠습니까. 사실 제품보다 중요한 것은 제품에 숨어 있는 기술입니다. 기술이 인정받지 못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습니다.” 유 대표의 목소리는 확신에 찬 듯 단호했다. 최선의 방향, 최적의 시간 그리고 최고의 가치 추구유 대표는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거듭 피력했다. 실제로 그가 제이티의 수장으로 앉게 된 것도 기술력의 공이 컸다. 그는 첫 직장 생활을 삼성전자에서 시작했다.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은 시기, 검사 장비를 모두 일본에서 들여오는 것을 보고 유 대표는 의문이 들었다. 한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못 만들까. 직장 동료에게 물어봤단다. 그랬더니 “기술이 안 되니까”라는 다소 무책임한(?) 답변이 돌아왔다. 유 대표는 생각했다. 배우면 되지 않는가. 이는 단순히 생각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의 집념은 놀라울 정도였다. “입사한 지 몇 년 만에 검사 장비를 손수 개발했어요. 회사 내에서도 일약 스타로 떠올랐죠. 저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자이너’로 살아왔어요. 관심이 온통 기술에만 쏠려있는데 사업할 생각을 어떻게 했겠습니까. 수완이 있을 거란 생각도 못했고요.” 하지만 낭중지추라 했던가. 금세 입소문이 났고, 기술력을 인정받으니 자연히 인적 인프라가 구축됐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라는 것은 딱히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사업을 시작해야겠다 싶었죠. 내가 가진 기술력을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최선의 방향을 정하고 최적의 시간을 사용해 최고의 가치를 만든다.’ 올해 제이티의 새로운 슬로건이다. 유 대표가 직접 선정한 문구다. “우리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뿐만이 아닙니다. 아시아 전체를 봤을 때도, 반도체를 만들고 있는 회사라면 거의 다 우리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데 기술력 높은 제품을 제공 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유 대표의 마지막말은 어떤 의미에서 제이티의 슬로건인 ‘최선의 방향’, ‘최적의 시간’, ‘최고의 가치’를 두루 함축하고 있었다.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