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감사원이 정부 재무제표를 처음으로 감사해 어제 국회에 제출한 2011회계연도 결산 검사 결과는 국가예산 집행의 총체적 부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자산이 4조2520억원 부풀려진 반면 부채는 14조2534억원 적게 잡히는 등 20조원 가까운 오류가 발견됐다. 감가상각을 빠뜨리거나 공시지가 적용을 잘못하거나 취득하지도 않은 자산을 등록하는 등 회계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들이다. 그릇된 예산 사용 실태는 더욱 가관이다. 대통령실 경호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경호비에서 2억여원을 돌려 헬스장 러닝머신을 고치고 개인 컴퓨터를 샀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세계김치연구소 청사를 짓는다며 182억원을 확보하고서는 133억원을 쓰지 않았다. 이 밖에 성과상여금 부당 지급,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물품 대량 구매 등 국가재정법을 무시한 예산 전용과 부실 사용 사례가 5214건에 달했다. 막대한 국민 세금이 허투루 쓰이고 국가자산이 부실하게 관리되는 현실이 놀랍다. 부채와 자산조차 정확히 산정하지 못하는 공무원들에게 나라살림을 맡겨도 되는지, 재정건전성을 높이라는 기대를 걸어도 되는지 의아스럽다. 위법ㆍ부당 행위를 저지른 부처와 해당 공무원에게는 변상ㆍ추징ㆍ회수와 함께 이듬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어야 마땅하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예산결산심의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 예산안 심의를 부실하게 하면서 지역구 사업 예산을 끼워넣는 꼼수를 부리지 말고 국회가 심의한 대로 정부가 제대로 집행했는지 깐깐하게 살펴야 한다. 예산정책처라는 보좌기관까지 두고 있으면서 왜 감사원이 적발하는 것조차 들춰내지 못하는가. 국제 기준에 따른 국가 재무제표상 나랏빚은 774조원으로 그동안 밝혀 온 420조원의 두 배에 가깝다. 갑자기 늘어난 게 아니고 앞으로 지급할 공무원ㆍ군인 연금까지 부채로 본 계산 방식 차이 때문이라지만 회계 관리도 제대로 못하고 예산을 멋대로 돌려쓰는 정부를 보면 영 미덥지 않다. 더구나 여기 들어가지 않은 공기업 부채가 464조원으로 국가부채보다 많다. 정부가 국민 세금 무서운 줄 모르고 예산을 멋대로 쓰고 국회마저 이를 잡아내지 못하면 국민의 강한 저항에 부닥칠 수 있다.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유럽 재정위기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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