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로비냐 유대 강화냐. 공정거래위원회와 대한항공이 몽골 노선 담합 여부를 두고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공정위는 22년 동안 몽골 노선을 독점해온 대한항공이 경쟁사의 취항을 막기 위해 몽골 관료들에게 제주도 관광을 시켜주고 자녀의 학비를 대는 등 부당한 방법으로 로비를 했다며 28일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얘기는 전혀 다르다. 관광을 시켜준 건 몽골 노선과 무관하게 여름 성수기 임시편 증편 허가를 받기 위한 것이었으며 로비 아닌 유대 강화가 목적이었다고 말한다. 그 사이 증편 여부를 결정하는 한·몽골 당국의 항공회담은 틀어졌다. 당분간 대한항공의 몽골 노선 독점 체제가 유지된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이날 "대한항공이 몽골의 국영 항공사 미아트 항공과 함께 경쟁사 아시아나 항공의 취항을 방해하 기 위해 몽골 정부에 부당한 방법으로 영향력을 미쳤다"면서 "이는 담합에 해당돼 시정 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대한항공과 미아트 항공은 지난 1991년 한·몽 항공협정 체결 뒤 올해까지 22년 동안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을 양분해왔다. 두 회사가 각각 6회씩 주간 모두 12회만 운행하는 방식이다.공정위는 "두 회사가 자국내 독점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경쟁사 진입을 막기로 합의한 다음 2005년 10월부터 지속적으로 몽골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입수한 보고서를 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항공의 몽골 취항을 논의한 한·몽골 항공회담 결렬을 두고 '두 항공사 공동 작업의 성공'이라 자평하기도 했다.대한항공은 이를 위해 매년 몽골 관료와 가족, 지인들까지 한국으로 초대해 향응을 제공했다. 2010년에는 20명에게 제주도 관광을 시켜주면서 1600만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일부 몽골 관료 자녀들의 학비를 대준 사실도 드러났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갔다. 몽골 노선은 양국 항공사의 담합으로 예약이 어려운데다 운임도 높았다. 몽골 노선의 지난해 8월 탑승률은 94%에 이른다. 전체 국제선 평균 탑승률 84%보다 10%포인트 남짓 높은 수준이다. 빈 자리가 없다는 얘기다. 성수기 편도 운임은 지난해 8월 기준 32만6173원으로 운항시간(3시간 30분)이 비슷한 홍콩, 심천, 광저우 노선보다 최소 5만원에서 최대 7만원까지 비싸다. 웃돈을 줘도 성수기에 개인이 표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대한항공의 몽골 노선 이익률은 19~25%에 다다라 국제선 평균 이익률(-9~3%)을 크게 웃돈다. 반면 대한항공은 담합 사실을 부인했다. 대한항공은 "증편은 양국 정부의 권한"이라면서 "일개 항공사가 당국 간 협상에 영향력을 미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 회사는 "연평균 몽골 노선 탑승률은 다른 노선과 비슷하고, 운임도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몽골 관료 일행에게 제주도 관광을 시켜준 것도 "몽골 노선과 무관하게 여름 성수기 증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떨어졌지만 이번 조치로 아시아나 항공의 몽골 취항이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 증편 문제는 국토해양부와 몽골 정부가 항공회담을 통해 결정하는데 사실상 몽골 정부가 키를 쥐고 있어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부당한 로비로 담합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시정명령만 내린 건 증편 결정권을 직접 가진 게 아니기 때문"이라면서 "시정명령 뒤에도 부당한 로비가 계속되면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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