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해진 삼성, 통신사에 제목소리

점유율 65% 육박하면서 신제품 라인업 약 3개월 단위로 공개...LG전자·팬택은 통신사 의존도 높아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간 역학 관계가 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제 목소리를 내는 반면 LG전자, 팬택은 통신사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가는 상황이다. 21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통신사에 대한 모델 공개 전략을 변경했다. 지난해까지는 통신사에 1년치 제품 라인업을 전부 알려줬지만 올해는 약 3개월 단위의 라인업만 공개한다. 통신사와 협력 과정에서 신제품 정보가 유출된다고 판단해 정보 공유 시점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와는 달리 제품 보안에 유독 신경을 쓴다"며 "애플처럼 비밀주의를 고수하겠다는 것인데 이 같은 전략 변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는 통신사의 고유 영역에도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문자 수익 감소를 우려한 통신사들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올초 자체 모바일 메신저 '챗온'을 스마트폰에 선탑재하는 것을 추진하기도 했다. 자체 앱스토어인 '삼성앱스'를 SK텔레콤의 앱스토어인 'T 스토어'에 숍인숍 형태로 끼워 서비스하다가 지난해부터는 빠져 나와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다. 통신사 앞에서 한층 당당해진 삼성전자의 행보는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이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통신 시장에서 삼성전자 단말기의 점유율은 약 65%에 육박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단말기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힘의 균형이 통신사에서 삼성전자쪽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라며 "삼성전자 단말기의 대항마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 같은 구도가 굳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LG전자와 팬택은 통신사 의존도가 한층 커지고 있다. 팬택의 경우 신제품 '베가레이서2'를 발표하기도 전 표현명 KT 사장이 베가레이서2 사양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에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제조사의 야심작을 통신가 먼저 공개한 것 자체가 대단히 이례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사활이 걸린 신제품 공개를 통신사에 양보했다는 것은 통신사와의 관계를 한층 더 밀착하겠다는 신호"라며 "삼성전자 단말기의 파상 공세에 따른 팬택의 생존 전략은 통신사와 더욱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통신사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사용자 환경(UI),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등을 논의하면서 사실상 통신사의 입장을 상당 부분 반영하는 추세다. 통신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통신사가 요구하는 사항을 LG전자가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통신사의 요구 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통신사가 더 이상 제조사를 좌지우지 할 수 없게 되면서 제조사와 사업자간 힘의 관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권해영 기자 rogueh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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