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K9’의 자신감 “BMW·벤츠는 긴장하라”

강력한 도전에 지목 업체들 애써 표정관리

기아차가 대형세단 ‘K9’ 출시를 알리며 고급 수입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기아차가 경쟁사로 꼽은 BMW와 벤츠는 자사의 발전 방향과는 무관해 대응 필요성을 못느낀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애널리스트들은 기아측의 월 2000대 판매 목표는 무난하게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K9’ 출시가 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 변화와 함께 자동차 업계의 판도를 뒤집어 줄지 주목된다. 기아차는 지난 2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K9’ 출시 발표회를 열고 국내 및 해외 시장에서 벤츠, BMW 등 주요 럭셔리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종들과 경쟁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날 발표회는 ‘K9’에 대한 회사측의 기대치를 입증하듯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직접 참석했으며,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김영환 지식경제위원장 등 각계 인사 1200여명 자리에 함께해 인산인해를 이뤘다.정몽구 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K9’은 세련된 디자인과 우수한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고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최첨단의 신기술을 총 집약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성능을 갖춘 ‘K9’은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기아는 ‘K9’ 출시와 함께 경쟁 모델로 자동차의 역사가 깊은 독일 차종을 꼽았다. 3.3 모델은 BMW 5시리즈, 3.8모델은 BMW7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라는 게 기아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아측은 BMW와 벤츠를 경쟁 모델로 지목한 것에 대해 “대형세단의 경우 국내에서 잘 팔리는 수입차 모델이 독일차”라며 “BMW, 벤츠가 수입차 시장 중 럭셔리 브랜드 상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회사측은 “수입차를 선호하는 고객에게 세계적인 명차 못지않게 품질은 같으면서도 가격은 낮은 제품을 소개하고자 한다”며 ‘K9’의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와 관련, 경쟁업체로 지목된 BMW측은 “딱히 대응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신 고급차 시장이 넓어지면 파이가 커져서 우리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BMW측은 대형세단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보고 전기차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자사가 미래차 슬로건으로 강조하는 ‘퓨처모빌리티’ 개발이 현재 거의 완성 단계로, 여기에 집중하고 있으며 2014년 상반기에는 한국에 전기차도 내놓을 계획이다.벤츠 역시 ‘K9’ 경쟁사로 꼽힌 것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않았다. 회사측 관계자는 “굳이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벤츠 나름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뿐”이라고 말했다. ‘K9’의 판매가격은 3.3모델 5290만~6400만원, 3.8모델 6340만~8640만원으로 비슷한 가격대 경쟁 모델로는 BMW 520d(6350만원) 528i(6840만원), 메르세데스-벤츠 E300(6880만~8090만원)이 꼽힌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K9’이 K시리즈 최고급형이자 기아차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첫 후륜구동 대형 세단으로 신기술과 편의사양을 대폭 적용, 그 가치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어떨지 주목하고 있다. 기아차측에 따르면, 4월 말까지 ‘K9’ 사전계약 대수가 3000대를 넘어섰고, 특히 3.3 모델이 전체 사전계약의 70%를 넘어서고 있어 일단 출발은 순조로운 편이다.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입차가 대중화됨에 따라 수입차를 선호하는 연령층이 다양하고 깊어지고 있다”며 “‘K9’ 출시를 기점으로 고급 국산차를 사고 싶다는 의견도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올 하반기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기아차는 ‘K9’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아시아를 비롯해 중국, 북미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아차는 당초 월 2000대 판매 목표에서 올해 판매 목표를 내수 1만8000여 대로 높였고, 내년에는 국내 및 글로벌 시장에서 총 2만5000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애널리스트 “월 2000대 판매 달성 OK”기아차가 첨단 기술력을 집약해 야심차게 내놓은 ‘K9'의 시장 성공 가능성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어떻게 볼까? 신정관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충분히 상품성이 있다”며 “굳이 비교를 하자면 ‘K9’은 BMW7에 해당하는 차를 만들어서 BMW5 값에 파는 것이고, 이는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K9’을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K9’ 차량은 콘텐츠 또한 앞서있다”며 “어댑티브 LED 풀 헤드램프,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등 옵션 없이 BMW5와 비슷한 가격대에서 나올 수 없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블루링크 서비스 같은 경우에도 원격으로 자동차 시동을 건다든지 도난시 통신망을 이용해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서비스는 BMW가 유럽과 달리 한국에서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도 기아차의 경쟁력이라는 신 애널리스트의 견해다.여기에 수입차의 고질병인 A/S 서비스 측면에서는 기아차가 앞설 것으로 예상한다는 그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 로열리스트까지 공략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사실 그동안 수입차를 선호했던 사람들이 브랜드 충성도 때문인지, 한국에서 살만한 차가 없어서 인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할 변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K9’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파고들지 정확히 가늠할 순 없지만, 기아차의 월 2000대 판매 목표는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필중 삼성증권 시니어애널리스트는 “이번 ‘K9’ 신차 출시는 BMW, 벤츠 등 수입차 대형 세단과의 경쟁과 이에 따른 수익 보다는 기아 브랜드의 전체적인 측면에서 럭셔리 세단 차량을 추가, 풀라인업을 갖췄다는 게 가장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이후 기아차가 계속 잘해왔지만 글로벌하게 봤을 때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미지는 없었다”며 “이번 출시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애널 또한 기아측이 제시한 월 판매목표는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오피러스 때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 못한 기아차가 K시리즈의 완결판이라는 타이틀로 내놓은 ‘K9’에서는 남다른 기대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며 “후륜구동인 제네시스, 에쿠스와 같은 플랫폼으로 과거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기 때문에 ‘K9’ 또한 같은 효과가 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송 센터장 또한 “수입 차량과 직접 대결을 해야 하는데 전체적인 차량의 사양을 봤을 때 가격 경쟁력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기아에서 목표한 판매량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K9에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이코노믹 리뷰 이효정 기자 hyo@<ⓒ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간국 이효정 기자 hyo@ⓒ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