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2일은 오리고기를 먹는 '오리데이'다. 5월2일의 숫자가 '오리'와 발음이 비슷한 것에 착안하여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된 오리고기 소비촉진 운동이다.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포함한 홍보 및 시식 행사가 열리고 대형 마트들은 오리고기 특별 할인판매를 하기도 한다. 오리고기 전문식당도 평소보다 많은 손님으로 분주해지는 날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닭고기는 세계에서 먹지 않는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로 보편적이나 그에 비해서 오리고기를 먹는 나라는 수가 매우 적다. 아시아권에서는 세계 오리 생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중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가 오리고기를 즐기고 있지만 유럽, 미주,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일부 국가만 오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수요도 많지 않은 편이다. 유럽에서는 프랑스가 오리를 가장 많이 사육하고 있는데 이는 유명한 간 요리인 푸아그라를 만들기 위해 키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부터 오리고기 소비가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최근 10년 사이에는 소비량이 2배 이상 급증했다. 우리나라에서 오리를 키우고 식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때는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으나 신라 시대에 오리를 임금님에게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니 제법 긴 역사를 가진 듯하다. 동양에서는 오리고기가 보양이나 여러 가지 질병에 효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 등 한의학 고서들에는 오리고기가 오장육부의 기능을 고르게 해 속을 편안하게 하며, 여름철에 열을 내려 기운을 보강해 주고 중풍을 예방하며 빈혈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폐 기능을 개선해 기침에 효과가 있으며, 신장 기능을 향상시켜 몸 안에 쌓인 독을 풀어 준다고 알려져 있다. 영양학적으로 보면 오리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포화지방산 함량이 적고 필수지방산인 리놀레산, 올레인산 등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많다. 불포화지방산은 식물성 기름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성분으로 고혈압, 동맥경화 등 생활습관병(성인병)을 유발하는 LDL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오리고기는 비타민과 칼륨, 인, 칼슘, 철분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여 성장 발육과 원기 회복을 도우며, 각종 필수아미노산과 콜라겐은 신진대사와 피부 재생을 촉진한다. 특히 비타민A의 함량이 높아 면역력 강화, 두뇌 및 신경계 발달에 좋으며 소화와 영양분의 흡수가 잘 되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은 건강식품이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오리고기의 맛과 장점에 대해 좋은 인식과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오리고기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선입견과 국내 소비량의 80% 정도가 전문식당을 통한 외식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오리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오리 요리는 식당에서 대부분 한 마리 단위로 판매되기 때문에 서너 명이 모여야 먹을 수 있는데 다른 육류처럼 다양한 1인용 메뉴가 개발된다면 소비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또 가정용 소비 촉진을 위해 다양한 조리법을 보급하고 부분육이나 가공제품 등 신제품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 오리고기 소비가 크게 늘긴 했지만 아직 다른 육류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으로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크다. 우리나라 오리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국내산 오리고기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더불어 농가와 업계에서도 보다 품질 좋고 안전한 오리고기를 생산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김지혁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사<ⓒ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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