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특수 르포]'김' 사는 일본인과 '명품백' 사는 중국인

도대체 얼마나 쓰길래...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 소비트렌드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30일 오전 11시 반,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명동점 구찌매장에서 50대 중국인부부가 500만원상당의 토드백을 구입했다. 같은 시각, 건물 9층에 위치한 면세점 이니스프리 매장에는 10여명의 일본인 여성관광객이 떼를 지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마지막엔 한 아름 품고도 모자를 양의 화장품을 구매했다. 30만원이 채 넘지 않는 가격이다.

▲면세점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들어가고 있다.

중국 노동절과 일본 골든위크를 맞아 국내를 찾는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이 '큰손'과 '알뜰'로 나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경기차이가 국내에 오는 해외 관광객의 소비문화에 미세한 차이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쇼핑 금액이 1000달러(약 112만원)를 넘는 중국인 관광객은 전체의 32.3%였으나 일본인 관광객은 4.2%에 그쳤다. 반면 쇼핑 금액이 500달러(약 56만원)인 일본인 관광객은 81.5%나 됐다.

▲면세점에 넘쳐나는 외국인 관광객들

2년 전만 하더라도 백화점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 비중은 3대7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그러나 올해는 4대6으로 중국인의 명품구매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중국인 관광객 가이드 김 씨(44, 여성)는 "오늘 담당한 관광객은 30명이다"며 "형편에 따라 구매력에 차이가 있지만 이 중 3, 4명은 1000만 원 이상 구매를 했다"고 귀띔했다. 구매품목별 비중도 차이가 났다. 중국 관광객은 시계, 화장품, 가방 순으로 물건을 많이 샀고 일본인 관광객은 가방, 화장품, 식품 순이었다. 이석원 롯데면세점 과장은 "중국인들은 고가의 시계명품을 많이 사간다"며 "300만원을 웃도는 로렉스 오메가나 피아제가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일본인 관광객의 식품구매 비중 증가는 원전사고로 자국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화장품에서도 중국인은 중고가 브랜드인 설화수나 라네즈를 많이 사가는 반면 일본인에게는 비교적 저가인 에뛰드가 인기였다. 1층에 위치한 설화수 매장과 9층에 자리한 에뛰드 매장을 방문하는 외국인 여성 관광객의 국적이 확연히 달랐다. 특히 중국인은 300여만 원에 달하는 1년 치 화장품을 한꺼번에 사가기도 했다. 중국 절강성에서 가족과 함께 국내를 찾은 씨엔(38세, 남)은 "4시간 동안 쇼핑을 했는데 총 아이들 옷과 명품가방, 화장품을 샀다"며 "총 300여만 원을 썼고 화장품으로 125만원(7000위안)이 나갔다"고 말했다. 명품가방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샤넬, 루이비통, 구찌가 여전히 인기 쇼핑 품목이었다. 매장에는 사람이 계속 입장했다. 최근엔 한류 드라마 영향으로 MCM과 코치가방도 인기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중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늘고 일본인 관광객의 소비가 줄어든 이유로 두 나라의 경기차이가 꼽혔다. 대한상의는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생활수준이 높아져 구매력이 커진 반면 일본은 대지진 이후 한국을 찾는 일본인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대지진 여파로 일본 대신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것도 요인으로 분석됐다.실제 롯데백화점은 지난 28일에서 29일 이틀 간 전년대비 일본인 관광객 매출이 5% 상승에 그친 반면 중국은 80%이상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중국인 비중이 절반을 넘을 것으로 추산해 6일까지 중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사은품 증정과 빅 세일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10년째 중국인 여행객을 태우고 있다는 관광버스 기사는 "이 일 시작할 때보다 중국인이 많이 늘었다"며 "요즘엔 양손가득 명품을 사는 중국인도 많고 여행 일정 대부분을 쇼핑에만 쏟는 여행객도 많다"고 귀뜸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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