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유우석의 '누추한 집에 새김' 중에서

산이 높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신선이 살아야 명산이다/물이 깊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용이 살아야 신령한 물이다/누추한 집이지만/내 마음의 향기가 있지 않은가/이끼 자국에 계단이 푸르고/풀빛은 주렴 안에 푸르게 들어왔다/담소 나눌 멋진 친구 있고/오가는 사람은 없으니/거문고 줄을 만지며/고전을 펼쳐볼 만 하구나(……)공자도 말하지 않았던가/군자가 사는 곳인데 어찌 누추하리오■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로 해서 주말과 휴일에도 출근해 사무실을 지킨다. 살펴보자면 행색이 누추하고 또 거처하는 자리 또한 누추함을 면치 못하는 듯 하여, 자책이 생겨날 만한 형편이다. 작은 신문사, 소모적인 전투가 불가피한 분란. 이 누추함의 지경에 처해, 나는 유우석처럼 말할 수 있을까. 공자가 동이의 나라에 살고싶다고 했을 때 옆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누추한 곳인데 괜찮겠습니까? 공자가 되물었다. 군자가 그곳에 사는데 어찌 누추한 곳이리오. 산이 높아서 명산이 아니라, 신선이 살아야 명산이다. 신문사가 구독 부수 많으면 큰 언론인가. 신문사가 돈이 많고 역사가 길고 권력 줄을 잘 타면 큰 언론인가. 아니다. 큰 기자가 숨쉬고 있어야 큰 언론이다. 작은 신문사의 혼란스런 바닥에서, 저 큰 언론의 당연한 명제를 떠올려 생각해보는 날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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