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4·11 총선에서 금배지를 노리는 비례대표 후보 가운데 이색적인 이력이 눈에 띤다. 각 정당이 국회의 문턱낮추기 경쟁을 벌이면서 청소노동자·탈북자·국적취득 외국인 등도 후보로 나섰다.'티코노프 블라디미르'라는 이름의 진보신당 비례대표 6번 후보는 '당신들의 대한민국'의 저자로 알려진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교수다. 박 후보는 러시아 출신으로 2001년 한국으로 귀화한 뒤 진보신당 당원으로 활동하면서 수차례 강연 활동을 벌여왔다.박 후보는 등록 과정에서 가족관계 증명서에 등재된 이름으로 출마할 수밖에 없다는 선관위의 결정에 따라 '티코노프 블라디미르'라는 이름으로 출마하게 됐다.박 후보에게 출마를 권유한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는 출마 의미에 대해 "박 교수는 한국사회의 순혈주의 안에서 다문화의 상징이자 국제주의적 연대를 표상하는 인물"이라며 "그동안 한국사회의 주변인으로서 그가 보여준 자본주의 극복에 대한 신념, 이주노동자와의 연대활동 등 존재 그 자체와 실천과 사유 모두 우리 당의 정체성에 적합한 후보"라고 강조했다.박 후보는 이번 출마와 관련 "우리나라는 정치적 민주화를 어느 정도 이루었지만 사회적 민주화는 거의 이루지 못했다"며 "이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좌파 정당뿐이라고 믿어 진보신당 후보로 출마하게 됐다"고 밝혔다.박 후보는 한국 사회에 대해 "아직까지 노조를 불허하려는 삼성과 같은 중세적 스타일의 경영을 일삼는 기업들이 있고, 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시간과 가장 높은 노동자 산업 재해율, 가장 높은 노인 자살 비율을 자랑한다"고 덧붙였다.19대 총선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 김순자(57·여) 후보는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다. 김 후보는 청소노동자로 일하면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서 2007년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그는 민주노총 울산지역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장과 더불어숲 노동인권센터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새누리당 비례대표 4번으로 등록한 조명철(53) 후보는 김일성종합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딴 탈북자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조 후보는 1983년부터 1987년까지 김일성종합대학을 다니며 박사학위를 땄다. 탈북한 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과 통일부 통일교육원 원장을 역임했다.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1번 나순자(47·여) 후보는 현재 이대목동병원에서 일하는 현직 간호사로 확인됐다. 나 후보는 이화여대 간호학과를 졸업해 보건의료노조 5대 위원장, PSI 동아시아 의장, 무상의료국민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재산은 7억6641만원, 세금 체납액은 27만원이다.민주통합당 비례대표 16번 도종환(57) 후보는 시인이다. 도 후보는 충남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땄고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접시꽃 당신'의 작가로 알려져 있다.새누리당 비례대표 9번 이에리사(58·여) 후보는 올림픽 선수단 총감독 출신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한국선수단 총감독을 맡았던 이 후보는 현재 대통령실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번 윤금순(53·여) 후보는 노벨상 후보였다. 윤 후보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으로 홍콩 WTO 세계투쟁본부장 등을 맡아 쌀개방 시위를 주도하면서 2005년에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었다.판사 출신의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4번인 서기호(42) 후보는 '가카의 빅엿'이라는 표현으로 대통령을 비판한 뒤 판사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다. 전남 목포 출신인 서 후보는 서울대 법과대학 공법학과를 나와 2000년부터 지난 2월까지 서울북부지법 판사로 일했다.진보신당 비례대표 2번으로 등록한 홍세화(65) 후보는대한민국의 대표적 진보 지식인이다. 홍 후보는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로 이름을 알렸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인과 한겨레신문 기획위원 등을 지냈다. 정치 참여를 줄곧 거부해왔던 홍 후보는 전현직 대표가 통합진보당으로 당적을 이동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오르고 싶지 않은 무대에 오른다'며 진보신당 당대표에 오른 뒤 비례대표 후보까지 출마하게 됐다.희망버스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송경동 시인과 함께 구속됐던 정진우 후보는 진보신당 4번에 선정됐다. 정 후보는 민주노총과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등을 거쳐 진보신당 비정규노동실장 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국회에서 비정규노동 문제를 돌파하는 국회의원으로서 활동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이민우 기자 mw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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