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롯데와 삼성 두 재벌의 면세점 시장 점유율이 크게 높아졌다. 현 정부 출범 전인 2007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롯데그룹 계열인 롯데면세점은 45.6%에서 50.8%로, 삼성그룹 계열인 신라면세점은 11.8%에서 28.4%로 각각 점유율이 높아졌다. 두 업체를 더한 점유율은 57.4%에서 79.2%로 21.8%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는 두 면세점 업체가 공격적 영업으로 얻은 성과이기도 하지만 꼭 그렇기만 한 것은 아니다. 현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한국관광공사가 면세점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는 데도 원인이 있다. 관광공사는 지방 면세점 점포 4군데를 이미 폐쇄한 데 이어 내년 2월 인천공항 점포를 폐쇄하는 것을 끝으로 면세점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도록 돼 있다. 그 영향으로 관광공사의 시장점유율은 2007년 13.0%로 2위였으나 지난해 4.2%로 낮아졌다. 동화ㆍ파라다이스 등 군소 면세점의 비중도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롯데와 신라가 관광공사 몫의 전부와 군소 면세점 몫의 일부를 가져가는 셈이다. 면세점 사업은 관광객 유치 등 공적 목적을 위해 정부가 세금 징수를 포기한 분야다. 다시 말해 일종의 특혜 사업이다. 이런 사업 분야의 80%가량을 단 두 개의 재벌 계열사가 과점한 상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공적 목적을 위해 부여된 특혜가 경제적 강자에게 집중되는 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업체는 수익성 높은 해외 명품 등 외제품 판매에 치중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면세점 업계 전체 매출액 4조2000억원 가운데 3조8000억원(91%)이 외제품 매출이고 국산품 매출은 4000억원(9%)에 불과하다. 국내 브랜드의 대외 홍보에 좋은 창구로서는 면세점의 기능이 거의 소실된 것이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의식하여 올해 새로 도입되는 '외국인 전용 시내 면세점'에는 대기업의 참여를 배제하기로 했다. 대신 중소ㆍ중견기업과 지방공기업에 10건 안팎의 사업허가를 하반기에 내주기로 결정했다고 어제 밝혔다. 그렇다면 관광공사도 면세점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의 방향을 돌리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이 시장은 우수 국산품의 홍보와 판로 확대 등에서 사기업은 할 수 없는 공기업의 역할이 분명히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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