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강제 수용됐던 한센병 환자들 '강제 단종·낙태수술에 따른 피해를 국가가 책임지라' 호소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이른바 나병, 문둥병 등으로 익히 알려진 한센병 환자들이 “강제 단종·낙태수술에 따른 피해를 국가가 책임지라”며 법정에서 눈물로 호소했다.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한규현 부장판사)는 13일 강모씨 등 한센병 피해자 206명이 지난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속행공판을 진행했다.이날 증인으로 법정에 선 김모(76)씨는 "소록도에 격리 수용돼 있을 당시 임신 5개월인 나를 강제로 끌고 가 낙태 수술한 것도 모자라 낙태한 태아를 유리병이 담아 보여줬다"며 "그 충격과 스트레스로 줄곧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받아왔다"고 증언했다. 제주도 출신인 김씨는 13살의 어린 나이에 '한센병에 걸린 딸을 내놓지 않으면 집에 불을 지르겠다'는 경찰의 협박에 못 이겨 소록도로 향하는 배를 타게 됐으며, 소록도 환자 수용시설에서 지내면서 강제로 낙태수술을 당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수술하지 않겠다고 몸부림쳤지만 소용없었다"면서 "열흘쯤 치료를 받고 나서 다시 부르기에 가봤더니 알코올을 담은 병에 들어있는 낙태된 아이를 보여줘서 그 자리에서 통곡하고 울었다"고 말하며 흐느꼈다. 김씨는 "그때 받은 충격으로 정신병자가 다 됐다"면서 "이후 자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소록도에서 내보내달라고 요청해 15년 만에 간신히 육지로 나오게 됐다"고 털어놨다. 소록도에 수용됐을 당시 단종수술을 받은 권모(78)씨도 "단종수술로 인한 후유증으로 허리가 아파 걸어 다니지 못할 정도"라며 "병원에서 단종수술로 인해 허리 통증과 다리 마비 증상이 올 수도 있다는 의사의 얘기를 듣고 너무 분하고 억울해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성토했다. 단종수술이란 생식능력 제거를 목적으로 생식기에 가해지는 수술이다.권씨는 "당시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고통 속에서 살았다"며 "단종수술을 권할 때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려면 나가라'고 했기 때문에 살기 위해 억지로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한센인권변호단(단장 박영립)은 지난해 10월 한센병력자에게 강제적인 단종, 낙태 수술을 시행한 대한민국 정부의 책임을 묻고, 차별과 인권침해를 당해온 피해자 200여명에 대한 피해회복을 위해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한센병은 유전되지도 않고 전염성도 극히 낮은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1910년대부터 소록도에 한센병 환자들을 강제 격리 수용하고, 한센병을 절멸한다는 미명 하에 남자들에 대해서는 단종 수술을 강제하고, 임신한 여자들에게는 낙태 시술을 강요했다"며 "이러한 강제적인 단종과 낙태시술은 해방 이후에도 계속돼 1980년대까지 암암리에 이어져왔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1950년부터 1980년대 말까지 국립소록도 병원에서 행해진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자들은 신체적 후유증뿐만 아니라 이후 자녀의 출산과 양육이 원천 봉쇄되는 등 심리적·정신적 피해도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단종수술에 대해서는 3000만원, 낙태수술에 대해서는 50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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