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연말연시를 뜨겁게 달군 '정치인 테마주'의 주가를 끌어올린 전업투자자 3명이 검찰에 고발됐다. 하지만 막상 이들을 적발한 감독당국에서도 위법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이 기존 작전세력과 달리 단독으로 주가를 끌어올린데다 통정매매 등 흔히 쓰이던 작전수법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은 수백억~1000억원의 현금 동원력을 가진 40대 남성들로, 3명중 1명은 증권사 직원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각기 1~2명씩의 월급쟁이 직원을 고용, 테마주 루머 확산 등 보조 역할을 맡겼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테마주로 알려진 보령메디앙스와 아가방컴퍼니, 문재인 통합민주당 상임고문 관련주로 포장된 바른손·우리들제약,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안철수연구소 등이 주 타깃이었다. 이들은 정치 테마주를 상한가 조짐을 보이면 전체 매도 주문의 2~20배에 달하는 대규모 매수주문을 상한가에 제출, 한꺼번에 물량을 확보하고 미체결된 매수주문을 장종료시까지 유지했다. 필요시 추가 매수주문을 해 상한가에 강한 매수세가 있는 것으로 보이도록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이른바 '상한가 굳히기' 수법이었다.이런 식으로 하루 120억~130억원어치를 사들이고, 1~2일 내에 5~8% 정도의 차익을 남기는 방식을 반복해 차익을 챙겼다. 대선후보 3강(强)의 발언이나 지지율 변화 등이 나타날 때에 맞춰 주가를 올리면 추격매수세가 어렵지 않게 붙은 덕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에 적발된 주가조작 사범들은 "내 돈으로 내가 투자해서 차익을 얻었기 때문에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기 돈으로 주식을 사서 주가를 끌어올렸을 뿐이지 이 과정에서 통정매매, 허수주문 등의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에 범죄행위가 아니란 주장이다.이에 대한 감독당국의 공식 입장은 "주식을 대량매수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렸기 때문에 명백한 범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시세조종 혐의만으로 분명한 범죄행위란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만약 인위적인 주가부양이 무죄라면 기관들이 대량거래를 할 때 왜 시간외 단일가에서 거래를 하겠냐"고 반문했다.하지만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당장 금감원 내에서도 적발사범들의 행위가 경계선상에 있다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에 넘겨 검찰 고발을 했지만 유죄를 입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금융위가 검찰에 고발조치한 3명 외에 비슷한 혐의로 입건된 1명을 뺀 것도 이같은 고민의 연장선상이다. 가짜 문재인 테마주로 논란이 됐던 대현에 대한 부정거래로 조사를 받았던 건에 대해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는 증권선물위원회로 올리지 않았다. 주로 민간위원들이 반대했는데 열흘동안 거둔 차익이 600만원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많이 번 작전은 처벌하고, 그렇지 않은 작전은 처벌대상이 아니냐는 논란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지만 600만원짜리 차익 건을 고발했다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자칫 망신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을 넘겨받는 검찰쪽도 비슷한 입장이다. 지금까지 주가조작 사범에 대한 법원의 처벌 수위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정치인 테마주에 대한 기소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라는 후문이다. 자칫 무혐의로 판결이 나거나 했을 경우 '데미지'가 크기 때문이다. 과거 주가조작 사건을 살펴보면, '솜방망이' 처벌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피해금액에 비해 처벌 수위는 낮았다. 인신 구속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벌금도 불법 차익의 1/3이나 1/4 수준에서 결정된다는 게 시장의 통념일 정도였다. 이 때문에 주가조작에 대한 처벌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아직 현실화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증시 한 관계자는 "작전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데 반해 이를 단속해야 하는 제도 개선은 느리다보니 작전 여부에 대한 판단조차 헛갈리는 상황까지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새로운 형태의 작전을 미리 예상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처벌수위를 강화해 작전의 의지를 약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작전으로 시세차익 10억원을 봤으면 20억원 이상 벌금을 부과, 작전을 하면 결국 치명적인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전필수 기자 philsu@<ⓒ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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