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진일보한 증세공약, 판단은 유권자 몫

총선을 한 달 보름 앞두고 어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각각 증세에 관한 공약을 발표했다. 새누리당도 그동안 언급해 온 세제개편 방안과 연계하여 증세에 관한 입장을 조만간 정리해 공약으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철만 되면 재원 대책은 없이 퍼주기에 치중된 장밋빛 공약만 경쟁적으로 내놓던 과거 정치권의 모습에 비하면 진일보한 태도다. 그 바탕에는 증세 공약을 제시하지 않고는 복지 공약에 대한 유권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복지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세 정당 사이에 이견이 없다. 그러나 증세의 규모, 시기,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새누리당은 '평생맞춤형 복지대책'의 연간 소요예산 10조~11조원의 절반 정도는 세출 절감, 나머지 절반 정도는 증세로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세는 각종 비과세ㆍ감면의 축소와 금융ㆍ자산에 대한 과세 강화를 위주로 하고, 법인세와 소득세는 건드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에 비해 민주통합당은 연간 33조원이 소요되는 복지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상위 1%에 속하는 부자와 재벌급 대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 중심으로 연평균 15조~16조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 과표구간 재설정과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방안을 내놓았다. 통합진보당은 연 39조원의 부자증세를 포함한 세제 개혁으로 연 60조원의 복지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정치권의 증세 공약에 대해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업자단체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면서 거꾸로 감세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기업 이익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자유기업원의 김정호 원장은 지난 주말 텔레비전 토론회에 나와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인 대세'라며 오히려 기업 감세를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최근 각 정당에 제출한 '건의문'에서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을 인하해 대기업과 개인사업자의 세금 부담을 줄여줄 것을 촉구했다. 판단은 유권자 몫이다. 유권자는 사업자단체의 주장까지 고려해 선택권을 행사하면 된다. 각 정당은 공약 발표에 그치지 말고 그 내용과 당위성을 소상하게 알리는 노력을 더 기울여 유권자들이 뭐가 뭔지를 아는 상태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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