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손 닿지 않는 곳에 있고/나를 생각하는 사람들 뿔뿔이 자기 생각에 젖어/스스로의 배를 띄우거나 어디론가/저어간다/아, 갈 것들은 다 가고 뜰 것들은 다 뜨고/오늘은 왜 지지리 가난했던/지지리 아득했던/그 두자미 생각이 나는가■ 작가 이윤기선생은, 오월 어느날 과천 집(과인재)의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골목까지 나와 나를 기다렸다. 첫 대면(對面)이었다. 그는 두보(두자미)의 시 '객지(客至, 손님이 오시다)'를 읊으며 10년 연하의 나를 반겼다. 두보의 봉문금시위군개(蓬門今始爲君開)가 낭낭한 목소리로 흘러나왔다. 쑥다발 돋아난 낡은 문을, 그대를 위해서 이제 처음 여노라. 두보가 살던 완화초당처럼 과인재로 가는 길에도 꽃내는 짙었다. 그는 나를 위해 비장(秘藏)하던 조니워커 블루를 내놓았고, 우리는 대취했다. 그의 얼굴에는 삐이걱, 문을 여는 반가운 두보가 있었고, 그의 집에는 마음이 누룩처럼 익은, 냄새좋은 두보가 있었다. 이제 벗도 지음(知音)도 흩어지고 고적해진 날에 두보를 떠올리는 강희근의 마음과, 몇 해전 갑작스런 부음과 함께 이윤기선생을 영별한 내 마음이 어찌 겹치지 않겠는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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