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규모 축소… 주택기금 등 정책혼란 우려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시동을 건 서울시 주택시장 '수술'이 더 미궁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소형주택공급 확대 등을 뼈대로 한 '주거안정대책'을 통해 꼬인 매듭을 풀겠다는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빠져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기존의 뉴타운을 비롯한 서울 주택시장이 복잡다단하게 얽혀있는 상황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서민에 무게중심을 두고 틀을 변화시키겠다며 대책을 거듭 내놓을수록 미궁에 빠져들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숫자만 강조한 안이한 판단의 결과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임대주택ㆍ소형주택에 집중= 14일 서울시가 내놓은 '2012 서민주거 안정화 대책'은 소형주택 공급 확대와 임대주택 조기공급에 방점이 찍혀있다. 우선 올해 예정된 임대주택 1만3000가구 중 1만가구를 상반기에 조기 공급하기로 했다. 장기전세주택 1311가구, 공공임대 1338가구, 장기안심주택 2452가구로 임대주택 공가 2626가구도 포함됐다.박원순 서울시장의 주요시책 중 하나인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 방안도 내놓았다. 정비(예정)구역 해제지역 및 신규 사업대상지는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유도한다는 것이 골자다. 소규모 사업이다보니 동의요건을 강화할 수 있고 추진위원회 구성 생략 등을 통한 사업절차 간소화로 주택공급이 빨라진다는게 서울시의 설명이다.규제를 바꾸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가구ㆍ다세대 1동 제한규모를 현 660㎡에서 1320㎡로 완화해 2~3인용 주택 공급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공사비를 줄이고 설계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1~3인 가구수 증가와 주택수요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국민주택규모를 현 85㎡에서 65㎡로 조정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국민주택규모가 축소되면 국민주택기금을 소형주택 건설에 집중 투자할 수 있게 돼 공급이 늘어난다는게 서울시의 판단이다.문제는 이번 서울시 대책이 '뉴타운 출구전략 이후에도 주택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마련됐다는데 있다. "재건축ㆍ재개발을 지나치게 규제하면 2~3년뒤 주택 공급물량이 줄어든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이 들어맞을 경우, 실효성 조차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는 이유에서다. ◇알맹이 빠져 시장 되레 혼란=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초기 진행 과정에서 시스템이 빨리 구축되지 못하고 갈등이나 혼선이 심화될 경우에는 공급 부족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보완책을 마련한 뒤 빠른 실행으로 시장과 수요의 불안감이나 불확실성을 잠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특히 상반기내 임대주택 조기공급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장기전세주택 1311가구, 공공임대 1338가구, 장기안심주택 2452가구 등 총 9925가구에 달하지만 SH공사 등의 여력은 충분치 않다. SH공사가 올해 계획한 장기전세주택은 691가구에 불과할 뿐이다. 일부 공가 세대를 통해 물량이 추가된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은 여건이다.1~3인 가구의 증가에 따라 국민주택규모를 85㎡에서 65㎡로 줄이자는 서울시의 제안도 큰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주택 면적은 축소시키되 발코니 확장 등을 통해 실효면적은 기존 85㎡와 유사하게 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부정적이다. 국민주택규모 조정의 경우 국민주택기금과 주택정책반에 관한 틀을 흔들 수 있는 작업으로 이에 따른 혼란도 감안해야하는 이유에서다.공정임대료제 역시 예민한 문제다. 임대차보호법상의 월세전환비율 14% 이내를 8% 이내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법개정 과정에서의 논란은 물론 집주인들이 전셋값 상승을 통해 월세를 더 보전하려는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결국 전월세 난이 더욱 심화될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다세대ㆍ다가구 주택 공급에 따른 기존 주택과의 형평성도 논란거리다. 현행 4개층 이하 다세대주택과 3개층 이하 다가구 주택의 연면적 660㎡을 4개층 이하 연면적 1320㎡미만으로 완화하고 가구수도 19세대 이하에서 29세대 미만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 센터장은 "다만 2~3인 가구 대응 주택으로서의 적정성 여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며 "기존 빌라 등의 주택 상품 기준과의 혼선이나 형평성 논란이 나올 수 있고 주무부처인 국토부와의 협의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배경환 기자 khba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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