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의 진화, 주주제안 넘어 적대적 M&A까지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의 입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5%를 넘는 슈퍼개미급 소액주주가 포진한 기업들은 경영진과 팽팽한 힘겨루기를 할 정도다. 전통적인 소액주주 운동의 방법인 주주제안은 기본, 일부 기업에서는 경영권 분쟁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상장 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제빵업체 서울식품은 2대주주가 나서 주주제안으로 감사선임을 요구했다. 서울식품의 2대주주인 성이경씨는 10일 "정기 주총에서 감사선임을 요구하기 위한 주주제안을 했다"며 "주요 주주로서 현 경영진의 독단적 경영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씨는 서울식품 지분 5.93%를 보유 중이다.성씨가 문제삼고 있는 현 경영진의 문제는 1차적으로 만성적자를 지속하면서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식품은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 누적 영업적자는 140억원을 넘는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8억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서성훈 대표를 비롯한 대주주측이 불과 15%대 지분으로 회사의 모든 걸 좌우하는 독단적 폐쇄경영도 지적했다. 서울식품은 초다수결의제를 정관에 반영, 실질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원천 봉쇄해 놓은 상태다. 초다수결의제 하에서 등기이사를 해임하기 위해서는 지분 80% 이상의 표를 받아야 한다. 이러다 보니 2대주주인 성씨측 주주제안에 대해서도 회사측은 아예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성씨측 주장이다. 성씨의 주주제안 소식에 소액주주 모임도 적극 동조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DVD 영상미디어 제작 및 영화배급업체 케이디미디어 소액주주들은 아예 적대적 M&A를 선언하고 나섰다. 케이디미디어는 위임장 확보 등을 통해 49%대 지분을 확보, 지난 1월19일 회사측과 별도로 주총을 열어 새 이사진을 선임했다. 회사측과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케이디미디어 소액주주연대측은 최근 최대주주인 신호인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에까지 책임을 묻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공기업인 한국전력 소액주주들은 지난달 말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국가에 7조202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생산원가 이하의 낮은 가격에 묶어두고 있어 주주들이 피해를 봤다는 게 소송의 요지다. 이들은 지난해 김쌍수 전 사장을 상대로 전기요금을 제 때 인상하지 못 한 책임을 묻는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외교부가 허위보도자료를 통해 다이아몬드 매장량을 부풀렸다고 논란이 되고 있는 씨앤케이인터도 일부 주주들이 외교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시 관련 법률전문가는 "과거에는 정보가 부족하고, 결속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 소액주주운동에 제약이 많았지만 최근엔 그간 노하우 축적으로 소액주주들이 적대적 M&A를 선언할 정도로 힘이 커졌다"며 "소액주주들의 지나친 약진이 경영권 안정에 위협이 된다는 견해도 있지만 (소액주주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 문제점을 안고 있는 기업들이란 점에서 순기능이 많다"고 해석했다.전필수 기자 philsu@<ⓒ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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