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심성 공약 남발, 표 달아난다

4ㆍ11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당이 연일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자녀 양육수당 확대, 재벌정책에 이어 청년복지정책이 나왔다. 공약대로라면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는 사라지고 금방 살기 좋아진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 보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고 재원마련 방안이 불투명하며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는 허점투성이 공약이 수두룩하다.  민주통합당은 어제 청년고용의무할당제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공기업과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에 매해 3%의 청년고용 의무를 부과하며, 지키지 않으면 부담금을 물린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31만8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실업을 해소할 수 있다지만 특정 계층 고용을 강제하면 세대 간 일자리 충돌 등 사회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남부권 신공항 건설 공약을 검토 중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 공약으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내놓았다가 경제성이 없다며 백지화한 지 1년 만이다. 동남권 신공항보다 지역갈등을 더 부추길 수 있는 것이 남부권 신공항이다. 동남권 공항 입지를 놓고 영남권이 다툰 데 비해 남부권 공항을 놓고선 영호남이 대립할 수 있다. 사병 월급 올리기 경쟁은 점입가경이다. 새누리당은 현재 9만원 수준에서 40만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연간 1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사병 통장에 매달 30만원씩 적립해 제대할 때 목돈(630만원)으로 주는 사회복귀지원금제도를 내놓았다. 월급을 감안한 실질 지급액은 새누리당 안과 별 차이가 없다. 통합진보당은 사병에게 최저임금제를 적용하자며 월급 50만원 카드를 제시했다. 46만명에 이르는 사병과 입대 예정자의 표심을 잡자는 공약치곤 허술하기 짝이 없다.  사병 월급 인상과 복무기간 단축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다. 앞으로도 노인복지, 여성 정책, 사교육비 절감 등 교육 관련 공약 등이 시리즈로 나올 것이다. 우선 표를 얻고 보자는 '아니면 말고식 공약(空約)'으로는 표를 얻기는커녕 되레 쫓을 수 있다. 장기화하는 유럽 재정위기 등 지구촌이 부채 쇼크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재원마련 방안이 결여된 무책임한 공약은 자제되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이제 더 이상 뜬구름 잡기식 공약에 넘어갈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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