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항상 '발상의 전환'을 했던 상품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갔다. 오픈마켓은 그 특성상 상품을 구매한 고객의 의견이 그 어떤 미디어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 '비주류' 상품도 비교적 쉽게 '주류'가 될 수 있다. 자본력이 달리는 중소판매자의 상품도 아이디어와 발상 자체가 좋으면 어느 새 대기업 상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산업군을 창출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일례로 옥션의 반신욕조 카테고리는 한 네티즌이 횟감용 고무수조를 개조해 올리면서 시작됐다. 한 주부가 아기에게 먹이려고 만든 이유식을 오픈마켓에 올리면서 카테고리가 10배 이상 성장하기도 했다. 이렇게 다채로운 상품을 선보일 수 있는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국내 전자상거래는 전체 유통시장의 10%를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다. 오픈마켓의 성장은 곧 국내 100만명이 넘는 중소 상인들의 성장사이기도 하다. 국내 전자상거래가 15년차로 접어들면서 예전에 비해 성장세가 완만해진 것이 사실이다. 일부 상품군에서는 포화상태에 이른 경쟁 때문에 판매자들이 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좌절할 때가 아니다. 오픈마켓에서 잔뼈가 굵은 국내 판매자들에게 해외 시장이라는 또 다른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당사가 이베이를 통한 인터넷해외수출프로그램인 CBT(Cross Border Trade)를 도입한 지 만 3년째로 접어들면서 국내 판매자들이 여러 가지 발상의 전환을 통해 다양한 상품군을 해외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흡사 10여년 전 오픈마켓의 초기 모습을 보는 것과 비슷한 감회를 갖게 된다. 첫 번째 발상의 전환은 국내에서 이미 오래 전에 소개돼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품이 해외 시장에서는 신상품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베이에서 한국 판매자들이 수출한 품목 중 가장 인기를 모은 품목은 하루 2000개꼴로 수출된 '화장품'이었다. 그중에서도 BB크림은 한국에서는 일반화된 상품이지만 해외에서는 신상품으로 인지되면서 인기를 모았다. 세계 시장을 잘 연구하면 역계절 상품을 팔 수도 있다. 국내에서 미국 다음으로 인기 있는 이베이 수출 지역은 호주다. 이 나라는 한국과는 달리 남반구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겨울에 여름 상품을, 여름에는 겨울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수요가 적은 상품을 '틈새 국가' 고객들에게 수출하는 경우도 있다. 특이한 디자인의 킬힐을 이베이를 통해 미주, 러시아를 비롯해 아프리카 보츠와나까지 전 세계 90여개국에 수출하는 한 판매자의 사례는 한국에서는 그저 특이하게만 보이는 상품이 어떤 국가의 고객에게는 '바로 내가 찾던 그 제품'이 된다는 것을 잘 알려주는 경우다. 이렇듯 발상의 전환을 통해 해외 틈새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길은 무궁무진하다. 화려한 상품사진이 살아 있는 모델 컷부터, 수년간 한국 고객을 경험해 본 고객상담 노하우까지 10년 넘는 온라인 판매 노하우를 갖고 있는 한국 오픈마켓 판매자들의 경쟁력은 세계 그 어떤 국가보다 높다. 치열한 판매경쟁 때문에 지쳐 있는 분일수록 '클릭수출'에 과감히 도전해 볼 것을 권유한다. 마침 다양한 국가기관 및 지자체 등과의 협업을 통해 클릭수출 지원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으니 적극 활용해 볼 만하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제임스 하킨은 최근 국내 출간된 저서 '니치'에서 "이제 니치는 틈새가 아니라 주류"라고 말했다. 다양한 가치를 소비하는 잡식성 대중에게 틈새상품은 '나만의 주류'가 되는 법이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악성 재고도 2억명의 소비자를 향한 '보석'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박주만 이베이코리아 대표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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