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올 들어 매일 한명꼴로 사외이사들이 임기 중에 사임하거나 해임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독단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외이사 제도가 현실적으로는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사외이사의 해임 및 중도퇴임 공시는 1월 한달 동안만 20건에 달했다. 이중 증시에 상장된 건수만 19건. 설 연휴를 제외한 거래일수가 20일이었음을 감안할 때 평균 하루에 한건 꼴로 사외이사들이 중도에 옷을 벗은 셈이다.기업들의 인사가 많은 지난해 12월에는 관련 공시가 더 많았다. 지난해 12월 상장사의 사외이사 중도 퇴임 관련 공시는 27건이나 됐다. 이같은 사외이사들이 임기 중 잦은 경질은 사외이사가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고, 대주주나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에 머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외이사는 회사의 경영진에 속하지 않는 이사로 대주주와 관련없는 외부인사를 이사회에 참가시켜 대주주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사전에 차단하는 제도다. 상장사들은 의무적으로 이사회의 일정 비율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 자산 2조원 이상인 회사는 이사회의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울 것을 법으로 강제하고 있을 정도로 독립성을 부여한다.하지만 이는 법조문에나 있는 내용이다. 지난 1월2일 대한통운은 사외이사 두명을 한꺼번에 교체했다고 공시했다. 사퇴일자는 12월30일로 두 사람 모두 사퇴 이유는 '일신상의 사유'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사람의 임기가 오는 3월18일이란 점이다. 사외이사들은 많아야 한달에 한번, 적으면 분기에 한번 정도 이사회에 참가해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비상근직이다. 이 때문에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기만료를 눈앞에 두고 동반 사퇴할 일신상의 사유란 게 궁색하다. 이들 뿐 아니라 중도퇴임하는 사외이사들의 99%는 '일신상의 사유'로 이사직을 그만둔다. 명분은 '일신상의 사유'지만 이유는 따로 있다. 대한통운은 지난 연말 경영권이 CJ그룹으로 넘어갔다. 경영권을 인수한 대주주는 사내 경영진뿐 아니라 사외이사들도 교체한다. 사외이사들은 사회 명망가들이라지만 대부분 대주주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의 끈이 연결돼 있다. 그러다 보니 경영진이 바뀌면 사외이사들은 알아서 자리를 피해준다. 일반주주들의 이해를 대변해 준다는 본디 목적은 오간데 없을 수밖에 없다.이런 현상에 대해 투자자들도 신경쓰지 않는다. 지레 그런 것이라고 이해를 해버린다. 한 투자자는 "사외이사란 자리가 대주주 지인들의 용돈벌이로 전락한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느냐"며 "현실적으로 사내 경영진을 임명하는 쪽이 사외이사까지 선임하는 구조다 보니 독립성은 애초부터 보장받기 힘들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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