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인천공항세관 비정규직 근로자 해고 사태의 파장이 크다.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 1위 6연패라는 빛나는 간판 뒤에 가려져 있던 불편한 진실들이 하나 둘 씩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인천공항은 대한민국의 자랑거리다. 2001년 인천 앞바다 영종도의 섬과 섬 사이를 메워 건설된 인천공항은 시설, 서비스 면에서 전세계 으뜸이다. 해외 여행을 다녀 본 사람들은 누구나 “인천공항만 한 데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오죽하면 전세계 수천개의 공항들이 경쟁하는 세계공항협회(ACI)의 서비스평가(ASQ)에서 2005년 이후 6년 연속 1위를 차지해 ‘명예의 전당’에 올랐을까?문제는 이같은 인천공항의 화려한 영광이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최근 인천공항세관 수하물 꼬리표(태그) 부착 용역 업체의 비정규직 근로자 대량 해고 사태는 세계 최우수 인천공항의 토대가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우선 이번 사태는 관리와 실제 운영 주체가 분리돼 이중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인천공항의 구조적인 취약성을 그대로 노출시켰다.인천공항의 운영은 국영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책임지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관리 감독권만 갖고 있을 뿐 40여개의 용역 업체들이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용역업체에 고용된 100만~200만원 안팎의 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들이 보안검색 등 대부분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인천공항을 운영하고 있다.관리감독 주체와 실질 운영 주체가 다른 이중 운영 구조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킬 수 있다. 특히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사태가 발생한다.이번 인천공항세관 태그 부착 업체 비정규직 대량 해고 사태가 딱 그 짝이다. 용역 업체들이 교체될 때마다 종종 비정규직 고용 승계를 둘러 싼 갈등이 일어나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어 온 전례를 반복했지만, 해당 용역업체와 관리감독 기관이 서로 책임을 미뤄 사태 해결이 늦어지고 있다.이런 이중 구조 속에서 인천공항 운영의 불안전성을 더 높이는 것은 용역 업체들에 고용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이다.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었지만, 숙련도가 필요한 직무를 담당한 비정규직들이 특수한 상황에서 한꺼번에 교체된다면 어떻게 될까? 현장 인력이 전무한 ‘관리 담당’ 인천공항공사로선 서비스 저하 등에 대처할 방법이 전혀 없다.이런 점에서 최근 국내 모 대기업이 비정규직 400여 명을 정규직화하면서 “계속 쓰고 싶은 사람들을 잡아두는 데 한계를 느껴 결단을 내릴 상황에 이르렀다”고 토로한 것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이번 사태는 인천공항 용역 입찰의 문제점도 그대로 드러냈다. 수하물 태그 부착 용역 업체가 그동안 친인척을 동원해 입찰에 동시에 참가, 낙찰받아 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인천공항은 유달리 폐쇄적이고 유착 관계가 깊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용역 입찰 과정 등에서 문제가 많다는 것이 이번 사태로 인해 간접 입증됐다. 인천공항이 세계 최우수 공항의 지위를 계속 누리려면 이같은 문제점들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한편 “인천공항에 문제가 있다”는 기사만 나가면 “민영화 조장하냐”며 의도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불안한 공항 운영 구조를 개선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자는 게 인천공항의 민영화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민영화 여부와 관계없이 ‘사상누각’인 인천공항을 반석 위에 올려 놓기 위한 많은 토론과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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