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나훈아 '갈무리'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도대체 왜 이런지 몰라꼬집어 말할 순 없어도 서러운 맘 나도 몰라잊어야 하는 줄은 알아 이제는 남인줄도 알아알면서 왜 이런지 몰라 두 눈에 눈물 고였잖아 이러는 내가 정말 싫어 이러는 내가 정말 미워이제는 정말 잊어야지 오늘도 사랑 갈무리
나훈아 '갈무리'■옛날 노래들은 '사랑한다'라는 말을 빼면 할 말이 궁해보이지만, 그래도 가만히 참고 들어보면 할 말은 다 한다 싶다. 나훈아는 '갈무리'에서, 미련에 관해 이렇게 정리한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하지만 미련 뿐 아니라 사랑의 시나리오 전부가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의 연속이다. 내가 기획한 대로, 내가 예측한 대로, 되는 게 사랑이라면, 눈물이 왜 있었으랴. 후회는 왜 하며, 늦은 밤 혼잣술은 왜 마시랴. "잊어야 하는 줄은 알아." 세상이 내 사랑에 관해 원하는 게 뭔지는 안다. 그러나 그건 이성이다. 문제는 그 이성 바깥에 있는 감성이다. 아는 건 이성이고 모르는 건 감성이다. 하지만 사랑에 눈이 달렸는가. 사랑에 머리가 달렸는가. 사랑을 눈씻고 봐도, 이성이란 게 없다. 사랑은 성공이 없다. 그저 끝까지 조마조마하게 가는 마음의 어깨동무일 뿐이다. 살아가는 일을 한 마디로 요약하라면 나는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라는 '나훈아 슬로건'을 내놓겠다. 일상은 늘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의 갈무리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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