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지난달 19일 12시경 여의도 식당가가 술렁였다. 증권맨들이 점심을 먹는 도중 휴대전화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을 접한 것. 주가폭락에 대한 우려로 증권맨들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여기저기서 음식을 서둘러 가져다 달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많은 이들이 식사 중에도 휴대전화로 지수를 확인했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이날 오전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증시는 급전직하했다. 1830에서 시작해 1800선까지 밀린 코스피지수도 순식간에 1750선(-4.86%)까지 추락했다. 외국인들은 사망소식이 발표된지 10분만에 5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급락세를 부추겼다. 원·달러 환율도 장중 1199원까지 급등했다.애널리스트들은 '급락은 매수기회'라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는 쪽과 '이번엔 다르다'며 우려를 표하는 쪽으로 나뉘어 엇갈린 의견을 쏟아내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후계구도가 완성되지 못했다는 점, 김정은의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점 등이 불확실성을 더했기 때문이다.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유관기관도 일제히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대책을 발표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소식이 전해진 지 두시간만인 오후 2시 긴급합동회의를 열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장 후반 낙폭을 줄여 안정을 되찾았지만 결국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63.03포인트(3.43%) 주저앉은 1776.93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5.35%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16.3원 급등한 1174.9원을 기록했다.하지만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의 사망은 하루짜리 단기악재 밖에는 되지 못했다. 증시는 다음날인 20일 반등에 성공했고, 이틀째인 21일 3% 이상 급등해 사망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환율도 안정세를 보이며 제 위치를 찾았다.지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1년여만에 나온 북한발 대형악재(?)는 다시 한 번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확인해준 동시에 국내 증시의 안정성을 검증해준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정재우 기자 jjw@<ⓒ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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