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장수한 에이번 CEO '날 해고하라'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내로라하는 미국 기업의 여성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최장수 기록을 세우고 있는 화장품업체 에이번 프로덕츠의 안드레아 정(53·사진)이 CEO 자리에서 곧 물러날 예정이다. 에이번은 후임자가 결정되는대로 지난 12년 간 CEO직을 수행해온 정이 물러나고 회장직만 갖게 된다고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이날 에이번의 주가는 장외시장에서 5% 급등했다. 그도 그럴 것이 125년 전통의 에이번 주식은 올해 들어 45%나 하락했던 것이다. 에이번의 제니퍼 바거스 대변인은 "이사회에 CEO 교체를 건의한 사람이 바로 정 자신"이라고 말했다.에이번은 올해 초 산뜻하게 출발했다. 지난 1·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의 3배로 증가한데다 판매인력은 650만 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에이번은 3분기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듯하고 밝혔다. 게다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민감한 사내 정보를 부적절하게 일부 애널리스트에게 공개한 혐의로 조사 받고 있다. 에이번 임원 네 명은 외국 고위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증여한 혐의로 이미 해고됐다.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 캐피털의 로렌 리버맨 애널리스트는 "12년이라면 한 자리에 머물러 있기에는 너무 오랜 기간"이라며 "에이번의 최대 실수는 강력한 제2인자를 키우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에이번의 물이 고여 있었다는 뜻이다.차기 CEO는 세계 곳곳에 흩어진 독립적인 세일즈 인력을 유기적으로 한 데 묶어야 한다. 신흥시장에서는 막강하고 선진국 시장에서는 날로 위축되고 있는 경쟁력도 조율해야 한다.게다가 재고가 날로 쌓이고 현금흐름은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리버맨 애널리스트는 "이사회가 새 CEO에게 전권을 위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온라인 판매도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정은 홍콩계 건축가인 아버지와 중국계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중국어가 유창한 것은 물론이다. 그는 캐나다 토론토 태생이지만 아버지가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MIT) 교수로 재직하면서 매사추세츠주에서 성장기를 보냈다.1979년 프린스턴 대학 영문학과를 3년만에 수석 졸업한 그는 수습사원으로 블루밍데일 백화점에 발을 들여놓았으나 자신에게 주어진 자잘한 일에 실망해 그만두려 했다. 이때 "참고 견뎌 이겨내야 한다"고 조언한 이가 그의 부모다. '인내하라'는 부모의 가르침은 그가 지금까지 어려운 고비를 지혜롭게 넘기는 데 밑거름이 됐다.정은 고급 백화점 니먼 마커스로 자리를 옮겨 32세에 최연소 부사장까지 승진했다. 에이번에 합류한 것은 1994년. 이윽고 1999년 41세의 정은 에이번 CEO로 등극했다. 당시 에이번은 몸집이 커져 내부적으로 관료주의가 만연한데다 외부적으로는 '할머니들이나 쓰는 저가 화장품' 제조업체로 인식돼 있었다.이에 정은 회사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구비를 1억 달러 이상으로 책정했다. 돈벌이가 안 되는 제품 30% 정도를 정리하고 판매사원의 평균 연령을 40대에서 20대로 낮춰 고객층 쇄신에 나섰다. 이후 정이 10년 넘게 CEO 자리를 지켜오는 동안 에이번은 미국 500대 기업 반열에 오른데다 매출이 두 배로 뛰었다.이진수 기자 comm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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