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반성장'도 좌초하나

대ㆍ중소 기업 간 상생 분위기 확산을 위해 구성된 대통령 직속기구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 1주년이 되는 날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대기업 대표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안건을 결정하는 오늘 동반위 본회의에 불참을 선언해 파행 운영됐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이후 국정운영 철학의 핵심으로 추진해온 동반성장과 공생발전에 사실상 반기를 든 것이다.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두드러진 레임덕 현상이 대기업 관계에서도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동반성장지수 개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등에 있어 부분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면서도 큰뜻은 수긍한다며 적극 반대하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기업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직접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집단 보이콧했다. 논란의 핵심은 정운찬 동반위 위원장이 내세운 이익공유제다. 대기업이 연초 설정한 목표를 초과하는 이익을 낼 경우 중소 협력업체들에도 나눠주자는 것이었다. 그동안 정부부처 내 갈등 등 숱한 논쟁을 거쳐 판매수입공유제, 순이익공유제, 목표초과이익공유제로 개념을 세분화함으로써 간극을 좁히는 듯했다. 원청-협력사들끼리 각각 판매수입, 순이익, 목표초과이익을 공유하자는 것인데 대기업측이 모두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기업들은 이익공유제 대신 성과공유제를 제시했다. 성과공유제가 협력 중소기업과 함께 프로젝트를 매개로 성과를 내면 이를 나누는 방식인데 비해 이익공유제는 보다 포괄적이며 이익을 나누는 기업의 범위도 넓어진다. 결국 자신들의 몫이 줄어들 것을 염려한 대기업들이 이미 상당수 대기업에서 운용하는 성과공유제 확산을 내세우며 이익공유제 자체를 반대한 것이다. 한국 경제는 고도 성장기 대기업 중심의 압축성장을 해왔고, 이 과정에서 대ㆍ중소기업간 갈등 구조가 잉태되었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중소기업 영역 및 골목상권 침해 등 대기업의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파장과 불공정 거래관행은 여전하다.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대ㆍ중소기업간 상생과 협력은 필수다. 대기업들은 회의 자체를 거부하지 말고 대화해야 할 것이다. 동반위도 밀어붙이기보다 인내심을 갖고 대ㆍ중소기업간 이해를 절충해야 한다. '동반성장'하려면 대ㆍ중소기업간 '동반 의사결정'부터 나와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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