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CEO들, '유로 붕괴' 최악에 대비 <FT>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글로벌 기업들이 유로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위기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 로이터 통신 등이 30일 보도했다. 지난달 23일 로이터 설문 조사에 따르면 20명의 이코노미스트들 중 14명이 유로가 현재의 형태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유로 붕괴는 현실적으로 아직 먼 얘기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최근 들어 그 가능성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명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불안감도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CEO들, 정치인들에 대한 기대 포기= 세계 최대 광고 대행사 WPP의 마틴 소렐 대표는 "많은 기업인들이 정치적 구원자(Godots)를 기다리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유로존 정치 지도자들이 유로존 부채 위기 확산을 억제하는데 실패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충격에 대비해 자신들의 기업을 보호해야만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는 CEO들이 늘고 있다. 디아지오 유럽의 앤드류 모건 사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유로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 주변에 더 큰 어떤 변화가 생기면 완전히 다른 상황에 처하는 것"이라며 "유로존 회원국의 이탈이 생기면 유로 가치가 급락하고 수입 비용이 매우 비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인슐린 제조업체인 네덜란드의 노보 노르디스크의 제스퍼 브랜드가드 CEO는 "유로가 해체될 경우 가격 책정 전략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세부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유로 붕괴는 상상할 수 조차 없었던 최악의 상황이어서 그 충격의 정도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스 대규모 자금 유출= 이처럼 CEO들의 불안감이 커진 이유는 유로존 정치 지도자들이 사후 약방문식의 땜질 처방만을 하면서 위기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뒤늦게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1차 6회분 80억유로 집행에 대한 결정이 이뤄졌다. 이미 수 개월 전에 결정됐어야 할 문제가 질질 끌다가 그리스 파산이 임박한 시점에서 결론이 난 것이다. 당장 그리스가 12월 중순 디폴트(채무 불이행) 고비를 넘겼지만 영구적인 해법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게오르게 프로보폴로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2개월간 그리스 은행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리스 은행에서 인출된 자금은 9월에 55억유로, 10월 65억유로로 이번에 결정된 구제금융 자금 규모를 크게 웃돈다. 이날 이탈리아는 35억유로의 국채 3년물 입찰을 실시했는데 낙찰 금리가 7.89%로 치솟아 유로 도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월 4.93%에 비해 급등해 이탈리아 정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켰다. 로이터 통신은 이탈리아가 국제통화기금(IMF)과 금융지원에 대한 예비 협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신용평가사 피치는 추가 금융위기 충격이 있을 경우 영국의 AAA 신용등급이 강등 경계에 놓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치는 영국 정부의 금융위기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거의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ECB도 불안= 상당수 유로존 정치 지도자들은 ECB가 유로존 부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시중 은행은 유로존 국채 보유량을 대규모로 늘린 ECB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ECB는 지난 5월부터 유로존 국채 매입을 재개했으며 현재까지 2000억유로 이상을 매입했다. ECB가 유로존 국채를 매입하면 그만큼 시중에 유로가 풀리게 돼 인플레 위험이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ECB의 유로존 국채 매입은 ECB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가격 안정을 위협하는 정책인 셈이다. 때문에 ECB는 유로존 국채를 매입하면서 시중 은행들에 이자를 주고 예금을 유치해 국채 매입분만큼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왔다. 하지만 이번주까지 ECB는 2035억유로의 유로존 국채를 매입한 반면 시중 은행의 예금 규모는 1940억유로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시중 은행들이 유로존 국채 보유가 늘어나고 있는 ECB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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