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웅│“최대한 즐겁게 노는 것이 ‘1박 2일’에서 할 수 있는 최선” -2

‘1박 2일’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손님처럼 찾았다가 어쩌다보니 결과적으로 가장 큰 형이 되어버렸어요. 물론 너무나 알아서 잘하는 동생들이라 별 걱정은 없겠지만 그래도 맏형으로서 오는 부담은 있나요.엄태웅: 부담보다는 너무 고맙죠. 한 때는 제가 짐이 되는 기분이 들어서 멤버들에게 미안한 기분도 들었는데 그런 저를 내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으쌰으쌰 해서 같이 가주고 이 이야기가 어떻게 가야지 가장 멋있는지, 이 상황이 어떻게 가야지 가장 최선이라는가를 늘 같이 걱정해줘요. 물론 5명이 하다 보니까 찍어야 할 분량도 부담도 많아지는데 그래도 녹화 다 끝내고 올라올 때는 정말 놀다 오는 것처럼 킥킥대면서 와요. 제가 진행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웃기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서 최대한 즐겁게 놀다 오는 것,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요. 처음엔 재밌게 놀아야지, 내 본 모습을 보여줘야지 하다가도 코앞에서 카메라가 돌아가는 상황에서는 그게 안 되더라고요. 괜히 모범적이어야 하나, 이래도 되나 싶고. 그런데 이제는 좀 창피한 행동을 해도 바보 같다기보다는 재밌다는 생각이 드니까 좋아요.<h3>“그냥 닥치면서 배워요”</h3>
‘뽀숑’ 대신 난데없는 “꽈랑꽈랑”을 외치게 되는 상황 같은 거 말이죠? (웃음)엄태웅: 네, 그런 것들이 너무 재밌어요. 그건 멤버들 뿐 아니라 내가 어떤 짓을 해도 밉지 않게 편집해 줄 거라는 믿음이 쌓여서 기도 하겠죠?엄태웅: 예, 그렇죠. 제작진도 이제는 편해지니까. 예전엔 나이는 조금 어린데 나영석 PD에게도 작가들에게도 말을 편하게 잘 못 놓겠더라고요. 이제는 형이라고 부르니까. 멤버나 제작진들이 내가 이상한 장난을 쳐도 받아주고 이해해줄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예전엔 생각이 있어도 머릿속에만 있었지 꺼내지 못했는데 지금은 머리에 있으면 일단 하고 보는 거죠. 그래서 확실히 ‘감' 잡으신 것 같나요?엄태웅: 어떻게 하고 놀면 되겠구나, 정도는 알게 된 것 같아요. 섭외하러 나 PD가 왔을 때 처음에 나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했어요. 그때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고 했는데, 그 말이 이거구나 생각하게 되죠. 내가 내 모습 보여주면서 같이 놀 수 있으면 된다는 말이었는데, 스스로 그걸 깨닫기 까지가 시간이 걸린 거죠. 영화의 단역에서 조연으로 그러다가 드라마에서 다시 영화로 김유신에서 ‘1박 2일'로 서서히 조금씩 더 넓게 대중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들이 태도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게 있나요? 엄태웅: 그냥 영화만 하다가 <선덕여왕>을 하게 되니까 휴게소에서 만난 분들이 “김유신 화이팅!”하고 지나가고 어딜 가면 장군님, 장군님 하고. 그런데 ‘1박 2일’을 하니까 이건 뭐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지금은 어딜 가면 밥값도 내주시고, 손도 만지고 그러세요. 그런데 이게 좀 힘든 게 방송을 할 때는 그나마 괜찮은데 정말 나인 순간에는 여전히 대처하기 쑥스럽고 배우 감성으로 돌아오는 순간에는 약간은 도망가게 되더라고요. 그런 게 아직은 서툴고 힘들어요. 갑작스러운 강호동 씨의 부재가 주는 빈자리는 당연히 크지만 이 사건이 엄태웅 씨 본인을 비롯해서 멤버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되는 부분도 분명 있었죠?엄태웅: 분명 있겠죠. 호동이 형이 있었을 때는 특별히 제가 뭘 안 해도 너무 잘해주시니까 더 가만히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호동이 형이 빠지게 되면서 그 다음에 오프닝에 나가는데 어휴- 이거 막막하더라고. 그래서 멤버들이 모여서 우리가 한마디라도 더 해야겠다고 끝까지 잘하자 했죠. 어차피 시한부로 정해진 운명이긴 하지만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자고 화이팅하고 들어갔어요. 한 사람이 없는 시간을 다른 멤버들이 메워야 하니까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한 회를 해보고 나니까 이렇게 가야겠구나 하는 게 조금 보이기도 한 것 같아요. 나 PD는 “이 형이 작정하고 왔네”라고 하는데 그런 건 아니고. 아마 시청자들도 아버지 없는 집안의 형제들이 힘 합쳐 사는 걸 보는 것 같은 대견함이랄까 그렇게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시련이 닥쳐 올수록 더 강해지는 타입인가요?엄태웅: 뭐든지 닥쳐야 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남들 역할은 대충 얼개가 보이는데, 제 촬영은 들어가기 전까진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하지만 한 회 두 해 들어가면서 그냥 닥치면서 배워요. 몇 대 맞아봐야지 화도 나고 반격도 하는 스타일이지 처음부터 확 때리고 들어가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h3>“영화나 드라마에서 어른 남자의 존재를 찾게 된 것 같아요”</h3>
운영하는 트위터는 거의 애견인 모임장이랄까, 잃어버린 개 찾는 게시판 같기도 하고요. 엄태웅: 처음엔 재밌어서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좀 시들해지잖아요. 그런데 제가 개를 잃어버렸고 어떤 분들은 제 트위터를 통해서 잃어버린 개를 찾기도 하고 그랬어요. 백통이가 지금도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으면 좋겠어요. 동물은 어릴 때부터 좋아하셨나요?엄태웅: 어머님은 개를 싫어하셨고 누나들은 예뻐했지만 저처럼은 아니었고, 그런데 저는 늘 옆에 개가 한 마리는 있어야 안정이 됐어요. 어릴 적에 전학을 많이 다녔는데 친해지고 헤어지고 하는 게 싫어지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래도 집에 가면 안 헤어져도 되는 친구가 있다는 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어릴 때 돈도 없는 게 그렇게 개를 구하러 다니고 그랬어요. 누나 많은 집안에서 자란 사람이라는 생각이 안들 정도로 독특한 남성미가 있는데요. 어른 남자로서의 롤 모델은 어디서 찾게 되었나요? 엄태웅: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늘 누나들 틈에서 자라다보니 결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런 비슷한 존재를 찾게 된 것 같아요. 굳이 꼽으라면 최민수 선배님?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에서 <모래시계> 태수를 오갈 수 있는 귀엽기도 하고 강하기도 한 남자. 겉이 센 사람이 속에는 쓸쓸함과 고독함이 있는. 의외성이 있달까. 그래서 고등학교 때 비슷하게 하고 다녔어요. 찢어진 청바지에 말 구두 신고 가서 학교에서 맞고. (웃음) 당시 토요일에는 최민수 선배님이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를 진행하고 계셨는데 그래서 저도 토요일에는 머리를 올백으로 넘기고 평일에는 <무동이네 집> 같은 순진한 스타일로 다니고 그랬죠. 지금 생각해보니 <제주도 푸른 밤>을 찍을 때 감독님이 “넌 되게 귀여운 마초 같아”라고 하셨는데 그런 영향도 있었던 것 같네요. <부활>이라는 작품이 엄태웅이라는 배우를 발견하게 했고 이후 많은 기대를 안겨주기도 했지만 그 이후 드라마들에서 약간의 정체기를 겪었던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슬럼프에 가까운 그 시간들은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엄태웅: 예, 사실 그 이후 거품...도 많았고, 결국은 시간... 인 것 같아요. 시간. 누구에게 이야기 한다고 풀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곪고 터지고 곪고 터지고 그러는 거죠. 방법이 없더라고요. <부활> 끝나고 나니까 사람들이 연기 잘한다고 했는데 사실 그렇진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늘 다음 작품에서 ‘뽀록’나면 어떻게 하나, 들키면 어떻게 하나 그게 항상 불안하고 걱정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패를 깐 상태니까 이제는 재밌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그 전에는 일에 눌려서 잘해가야 하는 숙제처럼 했는데 이제는 정말 즐기면서 일을 하게 된 것 같아요. ‘1박 2일’이 예능을 떠나 어떤 남자들의 드라마라면 혹시 생각하고 있는 라스트 신이 있나요.엄태웅: 엄청 슬픈 라스트 신이 될 것 같아요. 저는 그나마 내년 2월이 되면 1년이지만 다른 멤버들은 3, 4년씩 함께 한 사람들이고 (이)수근이 같은 경우는 애가 5살이 될 정도의 시간이잖아요. 스태프나 연기자들이나 얼마나 슬플까 생각하면 너무 울컥해서 더 이상 생각을 안 하게 되더라고요. 정말 있어야 할 멤버도 없는 상태니까. 물론 웃으면서 다 행복한 엔딩이 됐으면 좋겠는데 절망적이라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정말 많이 울 게 될 것은 느낌이 들어요.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백은하 기자 one@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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