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정선기자
▲ 이영원 장미라사 대표 이사
패션은 '옷'보다 '문화' 세계적인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그랬다. “패션을 너무 강조하지 말라”고. 옷에서 멀어지라고도 했다. 패션은 생활이다. 이영원 대표는 아르마니의 말에 호응한다. “패션은 옷 자체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조금 더 생활에, 문화에 뿌리 내린 시각을 가져야 한다. 같은 의미에서 클래식이 ‘균형’이라는 것도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클래식은 파르테논 신전이 있던 시기에 완성된 것이라 해도 좋다. 그때가 황금 비율이 완성된 시기 아닌가. 클래식은 ‘균형’이다. 한마디 더 보태자면 ‘우아함’이다.” 캐주얼도 ‘균형’이 중요하다. ‘슈트’라는 것이 딱딱한 정장의 이미지인 것도 아니다. 슈트는 헌팅 재킷, 시티 재킷 등으로 진화해왔다. 게다가 테일러 재킷은 이제 여성의 것이기도 하다. 클래식이 슈트와 동일하게 사용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맞춤은 ‘추구하는' 것이다 장미라사 본사는 태평로 삼성생명빌딩 내에 있다. 이영원 대표는 최근 층수를 옮기면서 이곳을 사무실과 매장이 맞닿아 있도록 꾸며 놓았다. 한편으론 갤러리 같기도 한 이곳. 그는 테일러 문화와 연관해 설명했다. “쇼핑도 문화생활 공간으로 들어와야 한다. 쇼핑은 기본, 갤러리나 카페의 역할을 해야 한다. 비스포크는(맞춤 양복) ‘같이 만드는 것’이지 맞춰주는 옷이 아니다. ‘추구하는’ 것이다. 좋은 질의 옷을 오직 한 벌 만들어 입되,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만드는 과정도 입는 과정의 일부다.”▲ 장미라사 본점 외관
비스포크는 참여하는 옷이기에 평가할 수도 없다고 했다. 때론 이해가 되지 않는 요구도 수용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고객을 응대하는 패턴 장인은 최소 10년의 숙련 기간이 필요하다. “패턴 장인은 오랜 경험을 요하기에 인력이 많지 않다. 이러한 현실적인 이유로 장미라사는 일정 규모 이상 키워나갈 수 없다. 바느질과 패턴 이상의 것, ‘철학’을 요하는 일이다. 꾸준한 노력과 사람에 대한 흥미는 기본이다. 다섯 번 가량 장미라사 기술자들과 아테네에 방문했었다. 골격에 대한 아름다움은 실제 느껴야 아는 것이니까. 자연과 인상파 화가의 그림을 보고 컬러 감각을 키우고, 현대 미술을 보면서 구성을 배우고. 끊임 없는 과정의 연속이다.”30대, 남성 패션 시장의 중심이 되다 현재 장미라사의 고객층은 30대가 주축이다. 급격한 변화라고 했다. 이영원 대표의 말에 따르면 지금의 40~50대 남성들은 옷을 잘 모른다. 중년이라 불리는 남성들 대부분은 아내가 챙겨주는 그대로 입고 옷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세대다. 월급을 ‘봉투’로 받아 현금을 운용하던 남성들은 그나마 나았다. 온라인으로 전향하면서 온전히 아내의 몫, 그래서 이 세대는 남성복도 여성이 주 타깃이다. 30대는 남녀가 함께 돈을 번다. 이것은 남성들이 패션을 주장하는 중요한 기반이다. 이들은 자기 스타일을 완성하고 싶어 한다. 20대는 컴퓨터로 ‘소통’한다. 서로 비교하고 외형에 더 많은 공을 들인다. 재미있는 건, 20대가 더욱 본질을 요구 한다는 것. 클래식과 가장 맞닿은 세대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