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담합 자진신고 면죄부' 악용 막아야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하면 과징금을 감면해 주는 이른바 '리니언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대기업들이 담합을 주도해 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도 리니언시 제도를 악용해 이득은 챙기고 과징금은 피하는 등 면죄부를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제 삼성전자ㆍLG디스플레이ㆍ한스타 디스플레이 등 한국과 대만의 10개 기업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과 공급량을 담합했다며 과징금 1940억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시장점유율 1ㆍ2위인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리니언시로 과징금을 각각 100%, 50% 감면받았다. 앞서 개인보험 예정이자율을 담합한 보험사 16곳이 적발됐을 때도 상위 3개 업체인 삼성ㆍ교보ㆍ대한생명은 자진신고로 과징금 전액 또는 일부 감면 혜택을 봤다. 변액보험 부문 담합 때도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 대상 12곳 가운데 리니언시를 한 삼성ㆍ교보ㆍ대한생명은 과징금을 감액해 줬다.  시장 특성상 담합을 주도하는 건 시장점유율이 높은 대형 업체다. LCD 패널의 경우 대형사들이 다른 중견 제조업체들에 가격을 인상하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생명보험사의 경우도 대형사들이 간사모임을 통해 담합을 결정하고는 중소형사에 통보하는 형식을 취했다. 결과적으로 담합을 주도한 대형 업체들은 리니언시로 처벌을 피해가고 애꿎은 중소업체들만 덤터기를 쓴 꼴이다.  담합이 갈수록 은밀히 이뤄진다는 점에서 리니언시가 유용한 제도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담합을 주도해 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도 막대한 이득을 챙긴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식으로 악용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죄를 짓고도 스스로 신고했다 해서 처벌하지 않는다면 공정한 질서라고 할 수 없다. 면제 혜택을 축소해 담합을 하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감면 폭을 획일적으로 정할 게 아니라 담합 주도 여부 등을 따져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리니언시 적용 잣대에도 문제가 있다. 공정위는 LCD 패널 담합의 경우 LG디스플레이가 2006년 7월 자진신고해 처분 가능 시한이 지난 7월로 끝났음에도 뒤늦게 과징금을 부과했다. 시효가 지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스스로 리니언시 제도를 부정한 것과 같다. 그래서야 어디 공정위의 말이 먹혀들겠는가.<ⓒ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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