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손님 한분과의 흥정···상호조율로 이번엔 윈윈을

-SKT 단독입찰 유력-지나친 프리미엄 요구땐 매각협상 또다시 표류...투자 위축 역효과 더 커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 하이닉스 채권단이 13개 대기업에 하이닉스 입찰 안내서를 발송한지 10여일. 무응답이다. 신규 응찰자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본입찰까지 남은 10여일간 매각 실사를 마무리짓기란 사실상 무리다. 본입찰 이후 정밀실사가 있다지만 조급하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마주할 역풍(逆風)을 무시할 수 없다. SK텔레콤의 단독입찰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이제 채권단은 실리와 명분 사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 지나치게 실리를 추구할 경우 반도체라는 특수성을 지닌 국가적 자산(하이닉스)을 두고 수익률 게임을 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명분만을 따를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 단독입찰로 인한 가격협상력 저하가 부담스럽다. 단독입찰로 최종 확정될 경우 가격협상 주도권은 사실상 SK텔레콤이 쥐게 된다. 단독입찰임에도 채권단이 지나친 구주 프리미엄을 요구할 경우 매각협상은 난항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하이닉스 매각이 자칫 표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 적기를 놓친 하이닉스의 경쟁력 하락은 불가피하다. 하이닉스는 시설이 노후돼 있으나 장기간의 매각 무산으로 설비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매각이 미뤄질 경우 인수에 나서는 기업이 없게 되고 설사 의향이 있더라도 가격을 후려치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채권단이 이번 입찰을 앞두고 대승적 차원에서 명분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프리미엄 비율은 일반적으로 20% 내외가 상한선"이라며 "하이닉스의 현 주가 수준 등을 고려했을때 매각 대금은 프리미엄을 고려해 3조원을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채권단이 협상 과정에서 무리한 프리미엄을 요구할 경우 SK텔레콤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리한 프리미엄 요구가 자칫 '승자의 저주'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연간 2조~3조원 규모의 설비투자(CAPEX)를 집행하는 SK텔레콤은 하이닉스를 인수한 이후 하이닉스 자체에서 집행되는 3조~4조원 규모의 CAPEX를 부담해야 한다. 경영정상화를 통한 수익 창출은 그 이후에나 기대해 볼 수 있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로텔레콤 등 SK텔레콤의 과거 인수 경험에 미뤄 채권단이 지나치게 프리미엄을 요구하지 않을 경우 승자의 저주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윤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업종 특성상 CAPEX가 많이 소요되는 기간산업"이라며 "무리한 인수금액으로 재무적 위기를 겪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채권단의 용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이 프리미엄을 산정할 때 인수 후 수조원대의 투자를 해야 하는 SK측의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이닉스 매각이 국가 기간산업의 부흥을 결정짓는 요소라는 점도 채권단이 고려해야 할 명분이다. SK텔레콤의 인수의지가 책임경영으로 이어질 경우 발생할 시너지 효과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아울러 양사간 효율적인 집중투자로 '투자의 묘(妙)'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김회재 연구원은 "이종(異種)산업이라는 점만 놓고 볼 때 SK텔레콤의 자금이 추가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있다"며 "하지만 SK텔레콤의 전체적인 사업포트폴리오를 고려할 때 각기 다른 투자지만 일관성있는 투자 집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른바 컨버전스 투자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채권단이 수익률만을 매각 결정 요소로 고려하더라도 SK텔레콤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분석도 있다. 제 3자 배정 형식의 유상증자 등 추가 지분 매각을 염두에 둔 채권단 입장에서 SK텔레콤의 자금력과 안정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채권단이 보유한 6%(유상증자 후 기준) 구주 매각에 이어 신주 발행으로 14% 지분을 추가로 매각할 경우 SK텔레콤의 자금력이 버팀목이 될 수 있다"며 "채권단 입장에서는 구주 매각을 위한 본입찰 뿐만 아니라 신주 발행을 소화할 수 있는 업체가 매력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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