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귀재들도 요즘..'자세히 묻지마 투자'[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지난 한달 사이에 미국의 주식시장은 다우공업지수 기준으로 연간 박스권의 하단인 10500선을 하향했다가 지난 14일에는 상단인 11500선을 돌파해 연중 최고점인 11644를 기록했다. 미 국채시장도 이와 유사한 변동폭을 보이며 급등락을 나타냈다. 이처럼 자본시장이 짧은 시간 내에 급격한 변동을 보이자 앞으로의 시장 전망과 경기 예측에 있어서 상승론자(bull)와 하락론자(bear) 사이에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국에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성장 침체)이 올 것이라고 보는 백만장자 투자가 짐 로저스는 지난 주말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 국채에 대해서 매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버블이 있을 때는 물가는 장기간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미 국채 가격이 결국은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시장을 다시 한번 떠받쳤다”면서 “연준은 다시 한번 이자율을 낮췄지만, 그건 버블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로저스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970년대 보다 더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을 것이며 국채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국채 시장에서 수익률을 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면서 “내가 채권 딜러라면 다른 직장을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짐 로저스가 스태그플레이션을 예측하며 국채를 매도하는 것과는 달리, 대형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는 미국 국채를 매도했던 것을 후회하며 국채 매입에 나섰다.빌 그로스는 16일 공개서한을 통해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핌코 산하 토탈리턴펀드가 올해 중반까지는 “선진국 시장의 연간 2% 실질 경제성장률, 2%의 인플레이션”이라는 예측을 전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바람에 시장수익률을 하회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투자모델의 성장률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고 후회했다. 그는 “앞으로 몇분기 동안 선진국 시장은 제로 성장을 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현재의) 포트폴리오는 이같은 예측을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경기가 안좋을 것이라고 본다는 점에서는 짐 로저스나 빌 그로스가 다르지 않다. 특히 연준의 정책에 대한 예측은 둘 다 거의 동일하다. 토탈리턴펀드는 지난 주말 공개된 포트폴리오에서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매수 포지션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증권에 투자하는 것은 언뜻 모순 같아 보이지만, 이는 연준이 추가적 자산매입 방식의 양적완화 정책(QE3)을 펼 것이라는 예측 하에서는 타당한 투자 전략이기도 하다. 연준이 돈을 푼다는 점에서는 빌 그로스도 짐 로저스와 견해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 비관주의자인 마크 파버도 비슷한 지점에 서 있다. 그는 미국이 이미 불황에 빠졌다고 주장하면서 달러화 강세를 예측한다. 이에 반해 골드만삭스의 자산관리 책임자인 짐 오닐은 대표적인 시장 상승론자(bull)이다. 그는 지난 주말 고객에게 보낸 노트를 통해 유럽이 곤경을 겪기는 하겠지만, 그게 전세계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지경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이번 G20 재무장관 회담의 결과를 보면서 “빅 뱅의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짐 오닐의 ‘빅 뱅’은 영국의 제임스 캐머런 총리가 말한 ‘빅 바주카’와 같은 의미로, 유럽재정안정기금의 효용 확대(레버리지 방식이거나 혹은 보험 예치금 방식이거나 간에)를 통해 유로존 지역에서 최소한 2조 유로 이상의 유동성 확대를 뜻한다. 말하자면, 대규모의 국제적인 유동성 확대 공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그는 낙관적인 견해를 유지하며 “중국은 2012년 하반기에는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지금은 황소가 곰사냥(베어 헌팅)에 나설 때라는 것이다. 짐 오닐은 유럽 금융시장이 폭락하고 시장이 공포에 떨던 지난 9월 하순 유럽을 순회하고 온 뒤 고객에게 보낸 노트에서도 “유럽의 투자가들은 (주식)시장 상황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세계 최대의 뮤추얼펀드인 블랙록의 수석 투자책임자 릭 리델도 이같은 낙관에 동조한다. 그는 블룸버그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유로존 위기에 대한 정책 결정자들의 태도에 진전이 있었다면서 “결과가 건설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이에 따라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공순 기자 cpe10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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