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사장 해임사태의 진실은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카메라 등 정밀광학기기 제조업체인 일본 올림푸스의 사장 해임 과정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취임 6개월만에 전격 해임된 마이클 우드포드 전 사장은 언론을 통해 그 동안의 과정을 자세히 밝혔다.지난주 14일 올림푸스는 성명을 내고 우드포드 사장을 이날 부로 해임한다고 발표했다. 4월1일 취임한 지 여섯 달만에 경질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올림푸스는 해임 이유에 대해 “경영 방침에 대한 다른 경영진과의 의견차이로 기업 의사결정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각 사업부문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지시를 내리는 등 혼란을 일으켰고 일본에 머무는 기간도 애초 약속했던 80%가 아닌 40%에 그쳤다”면서 “조직을 무시한 독단적 행동으로 일본식 글로벌 경영 실현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이유였다. 올림푸스는 기쿠가와 쯔요시 회장이 사장을 겸직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러나 우드포드 사장은 이튿날 주요 언론들과 접촉해 자신의 해임이 전혀 다른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지난주 12일이었다. 이날 우드포드 사장은 기쿠가와 회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기업 지배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14일 임시이사회의 소집을 요구했다.그러나 14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는 기막힌 반전극이 벌어졌다. 이사 13인 중 의결권이 없는 우드포드를 제외한 전원 찬성으로 기쿠가와 회장의 사임 대신 우드포드 사장을 해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우드포드 사장은 이 자리에서 기쿠가와 회장이 “우드포드가 이권다툼을 일으켰다”고 언급했으며 자신이 반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우드포드 전 사장은 자신의 해임 이유에 대해 자신이 사장으로 임명되기 전인 최근 몇 년간 벌어진 올림푸스의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 지출이 있었음을 발견했으며, 이를 조사하고 시정을 요구한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기쿠가와 회장과 갈등을 빚은 것은 지난 7월로 거슬러올라간다고 말했다. 당시 일본 경제전문지 팍타(Facta)는 “올림푸스가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일본 중소기업체 3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8억달러 가까운 비용을 지출했다”면서, 자산가치조차 불투명한 비상장기업에 이처럼 과도한 인수비용이 들어간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 2008년 영국 의료기기업체 자이러스(Gyrus)를 인수할 때도 자이러스의 주가에 58%의 프리미엄이 얹어진 19억2000만달러로 인수가가 책정됐다고 보도했다.우드포드 사장은 이것이 보도되자 기쿠가와 회장과 모리 히사시 부사장에게 진상을 물었으나 “걱정할 필요없다”는 답만 들었다. 이후에도 그는 “경영상 실수가 있었다면 이는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칠 수 있다”면서 수 차례 해명을 요구했지만 납득할 만한 답변 없이 묵살당했다. 결국 우드포드 사장은 2주 전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직접 의뢰해 인수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PWC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이러스 인수에서 올림푸스는 당시 금융자문사로 임명된 AXAM에 6억8700만달러를 고문수수료로 지급했다. PWC는 “이 정도 규모의 인수에서 통상적으로 수수료는 인수가격의 1% 정도로 책정되나, 올림푸스는 AXAM에 인수가격의 36.1%를 지급했다”면서 “전반적으로 인수가격이 매우 과대 산정됐으며 이는 경영 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우려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AXAM은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케이먼제도에 등록된 기업이었으며, 거래가 끝난 지 3개월 뒤 등록말소 처리됐다.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고 확신할 수는 없으나 현 단계에서는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올림푸스의 리스크관리 및 절차는 금융감독 당국의 조사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PWC의 결론이었다. 당시 올림푸스의 외부감사기관인 KPMG 역시 2009년 3월 내부감사보고를 통해 “회계기록이 절차에 맞게 유지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우드포드는 올림푸스 임원진이 인수를 통해 부적절한 이득을 취한 정황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상당 규모의 자금이 외부 금융자문사와 투자를 통해 '사라졌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WSJ는 올림푸스 사장 해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경영 수뇌부의 합의에 따라 운영되는 일본 기업의 폐쇄적 경영풍토가 드러난 한 예”라면서 “한편으로는 외국 출신 최고경영자들이 일본식 기업문화에 부딪혀 겪는 갈등이 다른 일본의 ‘블루칩’ 기업들에서도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가중시켰다”고 분석했다.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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