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은 독일피아노를 좋아해' 삼익악기 '자일러' 먹혔다
13일 상하이 악기 박람회에서 현지 바이어들이 삼익악기 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상하이=이승종 기자] 13일 중국 상하이 악기 박람회장 내 삼익악기 부스. 전시된 자일러 피아노를 쳐보던 린수차이씨는 "터치감이 좋고 다른 브랜드보다 깊이있는 소리가 난다"며 "이 중 하나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일러는 2008년 삼익악기가 58억원을 들여 인수한 독일 피아노 브랜드. 당시 국내에선 "오랜 역사를 지녔다지만 현재 생산량도 거의 없고 국내 인지도도 약한 브랜드"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있었다.그러나 올해 자일러는 삼익악기의 중국 매출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형국 삼익악기 대표는 "자일러를 중심으로 한 중고가 피아노 시장 공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 브랜드보다 독일 브랜드인 자일러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 해 피아노 수요는 30만대로 추정된다. 이 중 상위 20%인 6만대 가량이 중고가 시장이다. 판매 가격 2만위안(한화 약 400만원) 이상인 이 시장을 놓고 중국 브랜드 업체들과 야마하, 삼익악기 등 외국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자일러는 기본 판매 가격이 4만5000위안(한화 약900만원) 이상으로 고가 피아노에 속한다. 자일러의 매출 상승은 프램버그, 삼익, 크나베 등 삼익악기의 다른 중고가 브랜드 매출을 선도하고 있다.이 대표는 "자일러를 포함한 피아노 매출이 올해 6000대 가량으로 지난해 대비 2배"라며 "현재 10% 가량인 중고가 시장 점유율을 내년에는 15%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삼익악기는 현재 중국 중고가 시장에서 야마하에 이어 매출 2위를 기록 중이다.피아노 매출 상승에 힘입어 지난 8월을 기점으로는 삼익악기 중국법인 매출이 한국법인 매출을 넘어섰다. 이는 회사 설립 53년 만에 처음이다. 이 대표는 "올해 중국 매출 200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본다. 현재 중국 매출에서 자일러가 차지하는 비율이 40%인데 내년에는 50%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박람회 기간 중 삼익악기는 자일러 신제품 10여종을 선보였다. 모두 중국 소비자를 겨냥한 것으로 국내 제품보다 크기가 1.2배가량 더 크다. 삼익악기 관계자는 "중국인들은 작은 제품보다 큰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이런 노력 덕분인지 박람회 첫날 자일러는 박람회 주최측이 선정한 최고 인기 피아노 브랜드로 선정됐다. 삼익, 크나베, 프램버그 등도 중국 피아노 인기브랜드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독일 등 외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의 취향이 자일러와 맞아 떨어졌다는 게 삼익 측 분석이다. 이 대표는 "중국 피아노 시장은 이제 막 시작 단계"라며 "내년에 중국에서 가칭 '자일러 콩쿠르'를 개최하는 등 자일러를 중국 소비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상하이=이승종 기자 hanaru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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