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투 페리 우스팅 사장 '스마트폰 집중하겠다'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평균 5000유로(한화 약 795만 원), 최고 1만 2500유로(1987만 원)이나 하는 휴대폰이 풀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 휴대폰을 만드는 회사는 모회사가 감원할 때 인력채용을 늘렸다. 그러면서도 모회사와는 거리를 두는 철저한 분리전략을 채택해 ‘명품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페리 우스팅 베르투 사장
핀란드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의 자회사 베르투와 베르투가 만든 명품 휴대폰을 두고 하는 얘기다. 베르투는 노키아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프랭크 누보가 1998년 만든 명품 브랜드다. ‘시그너쳐’ 폰은 최고 1만2500유로에 팔린다. 이회사가 지금까지 만든 가장 비싼 휴대폰은 ‘시그너쳐 코브라’로 21만3000파운드(한화 3억9200만 원) 짜리였다.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이처럼 비싼 베르투의 명품 휴대폰은 지난해 서유럽 명품 스마트폰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페리 우스팅 베르투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50)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최근호(10월3~9일) 인터뷰에서 “베르투는 지난 10년간 30만 대 이상의 명품 휴대폰을 팔았다”면서 “지난 해에도 ‘높은’ 두자리 숫자의 매출증가율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는 페르시아만 지역 국가와 중국, 러시아 ,그리고 신분을 과시하는 신흥시장의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었다. 스티븐 엘롭 노키아 최고경영자(CEO)의 비용절감 방침에 따라 모기업인 노키아가 7000명인 인력을 감원할 때 베르투의 직원은 2009년 이후 50%이상 늘어났다. 베르투 럭셔리 폰 사업부가 있는 영국 처치크룩컴에서는 인력을 더 늘리고 있다. 베르투의 럭셔리 휴대폰은 고화질 카메라를 내장하지 않았고, 터치 스크린을 탑재하지도 않았다. 운영체제도 안드로이드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 7에도 밀리는 노키아의 ‘낡은’ 심비안이다. 이처럼 비교적 저급기술(low tech)를 사용한 제품인데도 호황을 누리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티타늄과 강철 소재를 일일이 손으로 다듬어 만든다. 스크린은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연마해 만들었다. 자판은 루비 베어링으로 결합했다. 케이싱은 금으로 만들고 가장자리에 다이아먼드를 박았다. 이 때문에 베르투폰은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호사가들은 “베르투폰을 사는 사람은 휴대폰을 사는 게 아니라 장식품을 산다”거나 “일상생활에서 쓰기 위해 다른 휴대폰을 장만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이에 대해 우스팅 사장은 발끈한다.그는 “보석으로 장식한 휴대폰은 회사 매출중 한자리 숫자의 비중을 차지할 뿐”이라고 잘라말했다.
베르투 명품 휴대폰 옐로우 골드
그는 “신형이든 구형이든 베르투폰이 인기를 끄는 비결은 바로 심부름대행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첫해에는 무료이고 그 다음해부터는 연간 3000달러를 내야 하는 이 서비스는 중국어,러시아어,아라비아 등 9개국어를 구사하는 직원이 24시간 식당예약에서부터 생일선물 배달과 같은 고객 요구에 응하고 있다. 이 기능이야말로 베르투가 아르마니와 태그호이어,베르사체, 포르쉐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가 최근 출시한 고급 휴대폰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무기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베르투는 현재 고가품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노키아’와는 거리를 유지하는 철저한 차별화 전략을 쓰고 있다. 베르투의 웹사이트나 미국 비벌리힐스 로데오거리를 포함해 전세계 80여곳의 매장에서 노키아에 대한 언급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심지어 파리의 가장 멋진 지역에 있는 베르트 부티크에서 직원들은 휴대폰을 다룰 때 검은 장갑을 끼고, 경비원이 매장을 지킨다. 오마르 메를로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교수(마케팅)는 “베르투는 대중적인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노키아와 분리하는 전략을 선택했다”면서 “아주 똑똑하고 성공적인 판단이었다”고 평가했다.
베르투명품 휴대폰 시그너쳐 콘스털레이션
아울러 신제품은 터치스크린을 탑재하고 카메라를 내장하고 있다. 우스팅 사장은 베르투의 향후 전략과 관련해 “베르투는 지난해 쿼티 키보드와 도시안내 애플리케이션 등 맞춤 심비안 애플리케이션을 장착한 휴대폰을 출시하는 등 스마트폰으로 회사의 초점을 옮기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네덜란드출신인 우스팅 사장은 럭셔리 브랜드인 불가리, 프라다와 구찌,에스카다 등을 거쳐 지난 2009년 초 베르투 회장에 취임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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