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김영식 기자]일본 경제가 지난 3월 11일 대지진 피해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엔화 강세 때문에 또 다시 위험에 빠질 위기에 놓였다. 엔화 강세로 인한 수출업체의 고통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 정부는 외환시장 모니터링 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블룸버그통신 2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은 9월 말로 끝나는 외환시장 모니터링 기간을 최소 1개월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재무성은 지난 8월 시장감시 강화를 위해 도쿄외환시장의 30개 주요 은행ㆍ증권사를 대상으로 9월 30일까지 외환거래 포지션을 보고하도록 했었다.그러나 엔화 가치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른 가운데 일본 정부는 엔화를 매입하는 투기세력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판단하고 아직 외환시장 모니터링에서 손을 뗄 단계가 아니라고 결정했다.엔화는 올해 달러화 대비로는 6%, 유로화 대비로는 10% 가까이 절상됐다. 일본 정부의 이러한 결정에는 엔화 강세로 수출업계가 받을 타격에 대한 우려가 한 몫 했다. 일본 기업들은 엔화 강세로 수출 경쟁력을 잃었다며 아우성이다.일본 최대 가전수출업체 소니는 엔화 강세, 유로화 가치 급락으로 순익에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유럽지역은 소니를 비롯해 닌텐도ㆍ캐논 등 일본 전자업체들의 최대 수출시장이지만 엔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일본 기업들은 원화 약세로 이득을 보는 한국 기업들에 비해 불리한 입장이다.구리하라 히로시 소니 글로벌재무책임자는 29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소니는 유럽으로부터 사들이는 부품이 많지 않아 유로화 약세의 이점을 누리기 어렵고, 원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이 커진 한국 기업들과의 경쟁 때문에 유럽에서 가격을 올리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은 취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형편이며 실적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BC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다케다 요지 매니저는 "최근 환율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일본 기업들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유럽지역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매우 힘든 시기를 맞았으며 특히 엔고까지 겹친 일본 수출업체들의 부담은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엔화 강세로 수출 경쟁력을 잃은 또 다른 일본 기업 파나소닉은 엔화 강세에 대한 대응책으로 생산지 이전을 결정했다. 엔화 강세와 한국 경쟁사 삼성과의 가격 경쟁으로 일본에서 리튬 배터리 생산을 확대해 수출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일본 배터리 공장 확대 계획을 철회하는 대신 중국 생산을 늘리기로 결정했다.파나소닉은 29일 일본 오사카 스미노에 리튬 이온 배터리 생산 공장에 두 번째 투자를 단행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오사카 스미노에 공장은 지난해부터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는데, 파나소닉은 당초 1, 2단계에 걸쳐 1000억엔(약 13억1000만달러)을 투자해 공장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파나소닉은 이미 일본 내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 중 2곳에서의 생산도 중단한 상태다. 파나소닉은 일본에서 배터리 생산을 축소하는 대신 중국에서의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 남동부에 위치한 쑤저우 지역에 새로운 리튬 이온 배터리 공장을 건설중이다. 쑤저우 공장은 내년 4월 완공될 예정이다. 3~4년 안에 파나소닉이 생산하는 리튬 배터리의 절반 가량을 중국에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중국 생산량은 파나소닉 전체 생산량의 10~20%를 담당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연간 3000억엔의 매출액을 달성하는 배터리 사업부문에서 이번 생산지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비의 30%를 절감해 엔화 강세에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박선미 기자 psm82@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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