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체임 쌓여가는 건설현장 해법은

요즘 반값등록금과 학교무상급식을 중심으로 한 복지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아마도 다음 달에 있을 서울시장 선거와 내년의 총선, 대선의 핵심 이슈도 복지가 될 것이 확실하다.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어느 수준인지는 비교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을 지금보다 올려야 한다는 데는 대체적으로 국민적 합의가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 다만 속도와 대상에 대한 이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의 속에서 지난달 건설근로자에 대한 의미 있는 정부 대책이 발표됐다. 건설근로자의 체불임금을 방지하는 방안이다. 현장에서 일한 건설근로자는 낮은 소득과 불안정한 일자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거기에다 임금을 떼이는 경우까지 다반사이다. 건설공사는 다단계 구조를 가지고 있어 임금도 여러 단계를 거쳐 근로자에게 지불된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한 단계에서 업체 부도 등 문제가 발생하면 구조적으로 임금체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 대책의 주 내용은 임금체불 방지를 위해 현장에서 노무비를 별도로 관리토록 하고 임금지불 보증제도를 시행해 체불임금 발생 시 보증회사에서 우선 지급토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가 정착되면 임금체불의 악순환이 근본적으로 해소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금체불 방지는 복지제도는 아니다. 받을 돈 받는 것은 공정한 산업 룰을 확립하는 것이지 복지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 약자인 건설근로자의 복지로 거의 유일하게 확립되어 있는 것은 퇴직공제제도이다. 공제회에서 매월 건설업체로부터 건설근로자의 근로내역과 함께 공제부금을 납부받아 건설현장 일을 그만두거나 60세 이상이 된 때 이자를 더해 공제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지난달 말까지 14만2000명에게 1855억원을 지급했으며, 이는 1인당 평균 130만원 남짓한 돈이다. 평생을 건설현장에서 일한 대가로 받는 퇴직금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적은 액수이다. 아직까지 퇴직공제제도가 전체 건설공사에 적용되지 않고 있고 건설업체가 납부하는 공제부금도 1인당 하루 4000원에 불과한 데 주원인이 있다.  그러나 일용 건설근로자를 위한 최소한의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운영 중인 퇴직공제제도마저 일부 건설사들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근로일수를 축소 신고하거나 은폐하고 있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제기되고 있어 안타깝다. 체불임금과 같이 체불 공제금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퇴직공제금을 누락되지 않게 거두어 건설근로자의 퇴직 후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우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실시하는 건설현장 무재해운동 근무일수 확인 시 공제회에 신고된 근로내역을 그대로 인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또 발주기관에서 공사대금을 정산하거나 기성금을 지급할 때 퇴직공제 이행 여부를 반드시 확인토록 제도화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건설공사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과정에서 퇴직공제 이행이 양호한 건설업체에는 가점을, 부진한 업체에는 감점을 부여해 수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것도 실효성 있는 방안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단 하루를 근무하더라도 내가 고용한 근로자의 퇴직금은 누락 없이 납부해주겠다는 사업주의 성숙한 책임의식이다. 우리에게 소중한 보금자리와 도로, 철도 등 각종 사회기반시설을 지어주는 고마운 건설일용근로자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여명 속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출근하는 그들의 어깨가 조금이나마 가벼워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저임금과 낮은 복지수준으로 건설현장을 기피하는 기능인력이 다시 돌아오도록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건설기능인력체계의 붕괴는 주택과 도로 등의 시공불량으로 이어져 그 피해가 결국 국민 전체의 것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강팔문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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