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종 기자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한 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다. 11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락앤락 주최로 열린 '유리소재 식기의 소비자 안전 방안을 위한 포럼' 말이다. 락앤락에 따르면 이날은 강화유리의 문제점과 피해사례를 짚어보는 자리였다. 겉으론 포럼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 자리가 경쟁업체 삼광유리(글라스락)를 공격하기 위한 자리임을 모르는 이는 없다. 락앤락과 삼광유리는 각각 내열유리, 강화유리로 유리형 밀폐용기를 만든다. 지난 4년간 두 업체는 강화유리의 안전성을 두고 다툼을 벌여왔다. 이것이 신경쓰였던 듯 락앤락은 "세계적인 유리 전문가 안드레아스 카스퍼 박사를 초청해 객관적으로 강화유리의 문제점을 짚어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에 적극적인 김준일 락앤락 회장도 직접 나섰다. 그는 "객관적이고 학술적인 자리를 통해 소비자 안전을 다루겠다는 목표로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가 초청한 카스퍼 박사가 우리가 요청한다고 우리 입맛에 맞는 발표를 하는 사람으로 보이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객관적인 검증임을 알아달라는 것이었다. 이날 락앤락이 배포한 카스퍼 박사의 이력을 보면 그는 생고뱅(Saint-Gobain) 연구센터의 화학분야 연구원이다. 생고뱅은 프랑스에 기반을 둔 글로벌 유리전문 기업이다. 드물게 내열유리를 생산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세계 유리시장에서 내열유리는 강화유리에 비해 생산량이 적다.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다. 생고뱅은 락앤락에 내열유리를 공급하는 업체다. 자체 생산공장이 없는 락앤락은 중국에 위치한 생고뱅 공장에서 내열유리를 수입한다.결국 락앤락은 자신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는, 그것도 강화유리보다는 내열유리를 지지할 게 뻔한 인물을 불러놓고 '객관적인' 자리를 마련한 셈이다. 남대문에서 유통업을 하던 김 회장은 특유의 저돌적인 자세로 국내 최대의 밀폐용기 업체를 일궈냈다. 그러나 이번엔 너무 저돌적이었던 것 같다. 그가 말하는 것처럼 소비자 안전도 중요하지만 주장하는 방식이 이런 식이면 좀 곤란하지 않겠는가. 이승종 기자 hanaru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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