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회사의 회생을 위해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3년 이내에 경영을 정상화해 정리해고자를 재고용하고 희망퇴직자의 자녀 2명까지 대학 학자금을 전액 지원하겠다는 등의 정상화 방안도 내놨다. 나름 진일보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사태를 풀어갈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 노동계가 조 회장이 근본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정리해고는 회사 존립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한 데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리해고 철회 없는 희망퇴직자 처우책 등은 본질을 호도하는 기만책이라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사태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아직 산 넘어 산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조 회장의 책임이 크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12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다며 정리해고 방침을 통보하고는 그 다음 날 174억원의 주식배당을 실시했다. 지난해 2월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고용안정협약을 맺고도 결과적으로 약속을 어겼다. 조 회장은 아예 대화다운 대화에도 나서지 않았다. 더구나 사태가 악화하는데도 50여일을 해외에 나가 있었다. 선박수주 활동을 벌였다지만 국회청문회를 피하려 '도망갔다'는 게 정설이다. 국회에서 부르면 지체없이 나가 그간의 경과와 사태수습 방안을 밝히는 게 기업주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다. 조 회장이 진작 노조와의 성실한 대화에 나섰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꼬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중요한 일은 노조가 믿을 수 있도록 사태 수습을 위한 후속 조치를 서두르는 것이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사태가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최고경영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경영정상화 약속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게 책임 있는 기업인의 자세요 도리이며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기업의 노사 문제는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는 게 원칙이다. 조 회장이 전면에 나서기로 한 만큼 이제 정치권이나 제3자는 한발 물러나 노와 사의 협상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 새로운 국면을 맞아 고공 크레인에서 200일 이상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도 내려오기를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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