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생에게 빚 권하는 한국 사회

설마 했지만 이 지경일 줄이야.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지난 6월 말 기준 대학생 4만7945명이 대부업체에서 794억6000만원의 빚을 졌다. 1년 전에 비해 대학생 수는 57%, 금액은 40% 증가했다. 상위 40개 대부업체 중 대학생 대출을 취급한 28곳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니 소형 업체에서 빌렸거나 음성적 대출을 받은 경우까지 합치면 5만명 이상, 대출액도 8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 100명 중 1.7명이 대부업체 빚을 안고 있고 그 규모는 1인당 170만원꼴이란 얘기다.  대부업체는 대학생에게 일정한 소득이 없다며 법정 상한선인 연 40% 안팎의 이자를 받는다. 그 결과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대학생이 2006년 670명에서 지난해 2만5636명으로 4년 새 38배로 폭증했다. 일부 대학생들이 '비싼 등록금→고금리 대출→취업난→신용불량자 전락'이란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 있다. 대학생이 대부업체를 찾는 것은 대출이 쉬워서다. 재학ㆍ휴학 증명서만 있으면 당일로 대출해준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케이블TV와 인터넷에서 쏟아내는 광고와 '○○대부' 대신 '○○캐피탈' '○○뱅크' 등으로 표기해 유명 금융회사로 오인시키는 '낚시'문자도 원인이다.  실태를 파악한 당국의 대책은 지극히 관료적이다. 부모 등 제3자에 대한 대위변제 요구는 불법이라는 점을 대부업체에 통보하고, 기존 대학생 대출자는 정부 지원 저금리 학자금 대출(든든학자금 대출)로 전환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대부업체 광고에 대해선 '과도한 빚은 당신에게 큰 불행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라는 식의 경고문구를 넣도록 한다는 수준이다.  미래를 열어갈 청년들이 대학에 다니며 고리채 수렁에 빠지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등록금 부담 완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든든학자금에 대한 '직전 학기 12학점 B학점 이상'과 같은 제한을 푸는 것도 필요하다.  대학생이라고 개인 빚 구제를 나라가 할 수는 없다. 어릴 적부터 신용 관리 교육을 체계적으로 해야 할 텐데, 2013년부터 고등학교에서 경제 관련 수업을 대폭 줄이는 교육과정 개정안 시안이 나와 논란을 빚고 있다. 영어ㆍ수학만 과외시키지 말고 용돈 아껴 쓰기와 신용 관리 등 경제도 조기교육하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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