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명현기자
이소라의 ‘No 1’은 대중들이 단지 가창력 뿐 아니라 편곡에 큰 관심을 갖게 하는 역할을 했다
‘나가수’는 시작 당시부터 “예술에 순위를 매긴다”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고, 무대에서 고음을 강조하고 스케일 큰 편곡을 시도하는 가수들이 유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나는 성대다’, 또는 “드라마틱한 곡과 장르만이 유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소라는 거의 홀로 분투했다. “나이가 들면서 너무 가리면 설 수 있는 무대가 얼마 없다”라고 말한 것은 “예술에 순위를 매긴다”는 비판 여론에 대해 ‘나가수’의 존재이유를 밝힌 것이기도 했다. 또한 이소라가 선보인 ‘No.1’의 모던록 편곡은 ’나가수‘가 가수의 가창력 뿐 아니라 편곡과 편곡자가 주목받게 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7위를 할 것을 각오하면서 ’주먹이 운다‘라는 힙합을 시도한 것은 ‘나가수’가 가수 본인에게도 음악적 자극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불어넣었다. 누구보다 다양한 변신과 파격을 감행했고, 또 그럴 능력이 얼마든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노래를 세게 하는 것에 귀가 지쳐가는 것 같더라고요”라며 편곡에 힘을 빼고 감성과 목소리만 가지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소라는 중요한 시점에서 ’나가수‘의 긍정적인 음악적 이슈를 만들어 내는 선도자였고, 또한 점점 편곡이 세게 변해가던 ‘나가수’의 무대에서 귀를 휴식시켜주는 균형추였다. 이소라는 ‘나가수’의 정체성과 음악적 가치를 지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소라가 ‘나가수’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기에, 그가 프로그램과 관련한 거의 모든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소라는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에서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사람 중 하나였고, 최근에는 옥주현의 ‘나가수’ 참여 논란과 얽힌 근거없는 악성 루머에도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이는 이소라가 그만큼 음악적 자존심을 지키는 뮤지션이기 때문에 그런 충돌도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이 바탕이 돼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예민하다는 대중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가장 성숙한 자세로 논란을 마무리한 사람 역시 이소라였다. 한달 간의 휴방을 거쳐 방송이 재개되자 이소라는 첫 인터뷰에서 “제가 나온 TV를 다 봤어요. 좀 잘못했던 것 같아요. 노래를 열심히 해서 걱정하시던 분들이 좋아하시게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하며 부드럽게 자신을 향한 비난을 모두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지난 12일 방송에서도 이소라는 “일곱 명의 가수과 함께 노래를 하는 ‘가수’입니다”라고 옥주현을 소개하며, “싸운 적도 없습니다”라고 여전히 잠재해 있었던 루머의 불씨를 차단했다. 누구보다 긴장하고, 떨었을 옥주현이 처음으로 하위권 순위를 받자 “저는 옥주현씨 1위, 2위 생각했어요”라고 말하며 옥주현을 격려하기도 했다. 무대에서는 품위 있는 유머로 긴장감 가득한 분위기를 이완시켰고, 무대 뒤 대기실에서는 가수들을 격려했다. 임재범이 출연자 먼저 그의 대기실에 찾아가 여러 해 다른 가수들과 왕래가 없었던 임재범이 다른 후배 가수들을 좀 더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도 했다.이소라는 ‘나가수’가 경쟁만이 가득한 날카로운 무대 일색이 되지 않기 위한 최후의 선이었다.<H3>이소라의 공백, '나가수'의 진화를 요구하다</H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