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이 자신이 제작자로 참여한 영화 <풍산개> 홍보에 나섰다. 김 감독은 2008년 영화 <비몽> 이후 은둔생활을 하다 지난달 다큐멘터리 <아리랑>으로 칸영화제에 초청받으며 활동을 재개했다. 그는 자신이 제작한 영화 <영화는 영화다>의 수익금 문제로 투자·배급사와 소송을 진행하며 한동안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풍산개>는 김기덕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전재홍 감독이 <아름답다>에 이어 두 번째로 연출한 장편영화다. 두 영화 모두 김 감독의 영화제작사 김기덕필름이 제작했다.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를 피하고 있는 김기덕 감독이 <풍산개>의 23일 개봉을 앞두고 배급사 NEW를 통해 영화를 제작한 계기, 전재홍 감독과의 관계, 영화가 갖는 의미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풍산개>는 서울에서 평양까지 무엇이든 3시간 만에 배달하는 정체불명의 주인공(윤계상)이 북한에서 망명한 고위층 간부의 여자를 배달하라는 미션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김기덕 감독은 “여전히 남북은 서로 정치적인 싸움으로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외면하고 있으며 현재 남북은 통일에 대한 소리만 있고 실천이 없다”고 쓴소리를 던지며 “<풍산개>는 앞으로도 계속 암울할 수밖에 없는 남북의 미래에 대한 경고”라고 밝혔다. 그는 “지혜로운 한반도 토종개를 상징으로 내세운 <풍산개>는 남북이 지혜로운 통일을 이루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라고 설명했다. 그의 바람은 풍산개가 넘나드는 비무장지대에 자연생태공원이 만들어져서 남북의 동족들이 함께하는 날이 하루 빨리 오는 것이다.
김기덕 감독에 따르면 <풍산개>는 지난해 유명 배우를 캐스팅해 제작 준비가 진행되던 중 김 감독이 아닌 신인감독이 연출하는 것 때문에 제작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전재홍 감독이 연출을 맡아 제작이 재개됐으며 우여곡절 끝에 윤계상과 김규리가 노개런티로 참여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김기덕 감독은 주연배우 소지섭과 강지환이 1억원씩 제작비를 투자했던 <영화는 영화다>가 개봉 후 극장부금 사기를 당한 데 대해 “그들의 노력에 대한 지분을 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기덕 감독은 “이번만큼은 헌신적인 배우와 스태프들이 흘린 피와 땀의 진정한 가치가 존중받기를 기도한다”는 소망을 덧붙였다. 제작자 김기덕 감독은 <풍산개>를 가리켜 “자본과 시스템을 대체할 첫 영화”라고 소개했다. 김 감독은 지난 15년간 19편의 영화를 연출하고 각본과 제작을 맡았다. 직접 연출한 영화로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특히 올해 칸영화제에서는 <아리랑>으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조감독 출신이자 <영화는 영화다>를 연출한 장훈 감독에 대한 서운함을 직접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그동안 무수히 한국 영화계의 모순을 보았고,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었다”며 “영화판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 나는 좀 더 순수하게 본 것 같다”고 원망과 회한이 섞인 듯한 말을 남겼다. 김기덕 감독이 바라보는 한국영화계는 “그냥 도박판”에 가깝다. 김기덕 감독은 “한국 영화에서 더 이상 새로운 영화가 과연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반면 그는 <풍산개>를 연출한 전 감독에게만은 절대적인 믿음을 드러냈다. 그는 “전재홍 감독은 현재 나를 마지막으로 지켜주는 사람”이라며 “아마 전 감독이 없었다면 나는 일어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덕 감독은 <풍산개>의 완성도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자본과 시스템을 대체할 첫 영화”인 <풍산개>가 “영화인의 열정과 영화의 주제, 그리고 진정한 영화의 가치를 통해 벽을 넘어설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영화가 거대한 제작비를 투자한 영화를 넘어서는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풍산개>가 그 첫 단추일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김기덕 감독은 마지막으로 “영화의 강한 주제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재미를 담은 영화”라며 “통일을 바라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모두 <풍산개>를 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10 아시아 글. 고경석 기자 kav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데일리팀 글. 고경석 기자 kav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