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수기자
이정치 일동제약 회장
이 회장은 "우리도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으며 힘든 때를 보냈지만 중요한 건 사람을 놓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며 "사람이 우선이라는 희망을 직원들에게 심어준 것이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런 기업문화로 일동제약은 '좋은 직장'이란 이미지를 얻었지만 거꾸로 '치고 나가는' 맛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올 해 매출 목표액이 3940억이니 70년째 '중소기업'임을 이 회장도 아쉬워한다. "앞으로는 더 빠르고 혁신적인 변화를 도입할 것입니다. 최근엔 각 본부장에게 전권을 맡기는 조직개편도 완성했습니다. 책임을 줘야 직원들이 발전하고 더 가치 있는 인재로 클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일동제약을 업계 1위 자리에 올려놓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복안은 사업다각화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영업환경에서 '제약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 신유통팀과 글로벌사업부 강화를 내세웠다. 관절염치료제 원료인 히알루론산의 고급화에 성공해 선진국으로의 진출이 기대된다. 유산균제 시장 1위 비오비타의 동남아시아 수출, 최근 신축한 최첨단 항생제ㆍ항암제 공장의 본격 가동도 업계 1위를 위한 큰 무기다. 세간에선 '아로나민골드'라는 제품이 일동제약의 얼굴이지만 의료계에선 '큐란'과 '후루마린'으로 더 유명하다. 매출의 75%가 전문의약품에서 나온다. 신약개발 역시 가시화 단계에 와있다. 이 회장은 "이르면 올 하반기 첫 신약에 대한 임상시험이 시작된다"며 "임상시험 단계에 들어가면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하게 되므로 앞으론 연구개발 중심 제약회사로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는 '리베이트 및 약가인하 정책'이 가혹하지 않느냐고 묻자 "업계에서 지내본 40여년 중 가장 큰 패러다임의 변화"라며 "이 참에 제약회사도 관행을 버리고 새 틀을 짜야 한다"고 답했다. 그를 보좌하는 직원들도 "괜한 소리가 아니라 이 회장의 리베이트 근절에 대한 의지는 매우 강하다"고 첨언한다. 당장의 어려움은 있겠으나 변하지 않으면 새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정부 정책을 따르는 데 이견은 없지만 채찍만 있고 당근이 없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제약회사의 연구개발비는 복제약 이익에서 나온다"며 "약값을 통제하면서도 산업발전을 병행하려면 연구개발에 대한 획기적 세제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무 외 가장 관심 있는 분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고령화'라는 답이 돌아온다. 4대가 함께 사는 그의 개인환경도 한 몫 했겠지만 70살을 넘긴 일동제약이 사회에 기여할 부분도 '고령화, 저출산'이 될 것이라고 한다. "70주년 경영지표가 '레벨업, 새로운 시작'입니다. 우리만 잘 살겠다고 아등바등 하는 회사가 아닌, 사회의 일원으로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앞으로 일동제약이 새롭게 레벨업 하는 모습을 애정 어린 눈길로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신범수 기자 answ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